도로 확장 공사장 근처의 양돈장 주인이 공사 소음으로 돼지가 죽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을 뒤집고 건설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7부(최완주 부장판사)는 공사 소음으로 양돈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이 폐사하고 유산했다며 석모씨가 S건설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건설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회사가 원고 양돈장 부근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도중에 상당한 정도의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고 잠시 공사를 중단한 사이에 사육 중인 돼지 3~4마리가 죽은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회사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천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돼지는 소음과 진동에 매우 민감하고 임신한 돼지는 소음에 의한 생리적 반응으로 유ㆍ사산하거나 분만 후 심한 수척증으로 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도로 확장공사의 도급인인 국가가 이 사건의 공사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도로 공사가 끝난 후 자동차들이 지나다녀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는 석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430마리의 돼지를 기르던 석씨는 1998년 9월 양돈장과 불과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늘리는 공사가 시작되자 "공사 소음과 진동으로 돼지 폐사와 유산이 속출한다"며 소송을 냈고 1심에서는 "공사 소음과 진동이 사육 중인 돼지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