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천편일률적인 정원 규제 때문에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개설,운영하는 대학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대학에 따르면 인구 감소와 수도권 과밀 등을 내세워 주요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 총정원을 줄이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때문에 국내 MBA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MBA 정원에 대한 지나친 규제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 유수의 MBA와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MBA를 설립하는 대신 216명이던 일반 경영대학원 석사 정원을 작년과 올해에 걸쳐 80명으로 줄였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MBA과정을 개설하려는 학교들은 일반 경영대학원과 학부 정원을 줄인 뒤 그만큼의 인원을 MBA 정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도 2년 전 105명이던 석사 정원을 지난해 50명까지 줄였고 고려대 역시 102명에서 97명으로 감축해 MBA 과정을 개설했다.

성균관대는 교육부의 말만 믿고 아예 일반 경영대학원을 없앴다가 낭패를 봤다.

8년 전 MBA를 개설했던 성균관대의 경우 "일반 경영대학원을 모두 MBA로 전환해야만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교육부의 대답을 듣고 그대로 따랐지만 작년 MBA를 개설한 학교들은 법령이 바뀌어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오원석 성균관대 경영대학장은 "일반 경영대학원 정원을 교육부에 모두 반납하는 조건으로 MBA를 설립했는데 후에 인가를 받은 학교들은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황당했다"면서 "대학원 전체 정원을 교육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경영대학원을 재설립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MBA 등 전문대학원 정원 문제는 대학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구 수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대학원생 수가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MBA 개설을 위해 따로 대학원생 수를 늘려 주긴 어렵다"면서 "수요가 적은 인문계열 등의 대학원생 수를 줄이는 등 내부적인 방법을 통해 각 대학들이 스스로 인원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 문화 정서상 다른 학과의 대학원 인원을 줄여가며 특정 학과 인원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각 대학들의 입장이다.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MBA 등 전문대학원 인원에 한해 대학원 전체 정원의 예외로 인정해 줘야 토종 MBA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