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도 기준도 없는 감찰"..경찰 사이트 부글부글

감찰부서를 비난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린 경찰관이 중징계를 받고 지휘관들의 폭행·폭언이 잇따르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사이버경찰청 직원전용 자유발언대 등 경찰관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하위직 경찰관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고위 간부의 잘못에는 관대하면서도 하위직 직원들에 대해서는 과도한 징계를 일삼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감찰의 공정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감찰"

하위직 경찰관들의 불만은 감찰과 징계에 집중되고 있다.

고위직 간부는 별 조치 없이 넘어가거나 아예 제대로 조사조차 안 하는 반면 하위직은 경찰관에 대해선 성급하게 과도한 징계를 내린다는 것이다.

특히 올 3월의 이른바 `동작서 피곤녀 사건'처럼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위직 경관에게 고강도 징계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
경찰관 이모씨는 감찰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을 쓴 한 직원이 최근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감찰이란 비난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위직의 경우는 의혹이 있어도 제대로 조사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선 경찰관들은 하소연한다.

일선 경찰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수사지연·외압 의혹에 대한 감찰에서 고위 간부들은 한화 관계자들과의 접촉이나 압력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받지 않은 게 단적인 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관심(문제) 직원 정비'를 지시하는 대외비 문건을 내려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하위직 경찰관들 사이의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 잇단 내부 폭행까지 겹쳐

경찰서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부하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점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5월 중순 경찰의 징계수위가 과도하다는 글을 경찰내부망에 올렸던 경찰관이 서장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다른 곳에서도 서장이 직원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내부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모 경찰서장은 4월 초 FTA 반대시위 차단근무 당시 모자를 안 쓴 직원이 버스에서 내리자 `이 ⅩⅩX'라는 욕설을 퍼부으며 직원 2명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이를 본 다른 직원들은 서장에게 맞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모자를 쓰는 소란이 있었으며 감찰에서도 이 사실을 모두 알았지만 그냥 덮고 넘어갔다"고 전했다.

전남 고흥서장이던 김모(55) 총경은 4월 하순 술을 마시고 관사로 들어가다 의경이 주취자와 다투는 것을 보고 상황실장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며 얼굴을 때렸다가 직위해제됐다.

올 초에는 광주 동부경찰서장이 지구대 관리반 인원 축소에 반발해 개선을 촉구하러 정모 경사에게 "인사권에 도전하느냐"며 5-6차례 폭언을 퍼부었다가 물의를 빚자 공개 사과한 일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