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70대 할머니가 돈만 밝히며 자신을 괴롭혀온 남편과의 '황혼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다.

9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A(76.여)씨는 "평생 모은 재산이 든 적금 통장을 남편 B(80)씨가 빼앗으려고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가압류를 신청해 왔다"며 B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A씨는 지난 3월 사업 실패로 고생하는 아들에게 빌려줄 돈을 마련하려고 남편과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를 담보로 1억7천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대출을 받으면서 과거 형편이 어려운 딸에게 2천만원을 빌려준 것을 빌미로 자신을 괴롭혀왔던 남편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부인이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투병 중인 A씨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고 A씨는 결국 남편을 피해 딸 집에서 지내며 별거에 들어갔다.

B씨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자신을 대신해 A씨가 파출부와 노점상 등을 하며 평생 어렵게 모은 돈 5천만원이 든 적금통장을 빼앗기 위해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가압류를 신청해 왔다.

A씨는 경찰에서 "평생 열심히 살면서도 남편에게 괴롭힘만 당해왔다.

이제는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