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 이별'이라 했던가.

'신촌 독수리'의 반란을 일으킨 이상민(35)과 서장훈(33)이 전주 KCC에서 12년만에 만나 콤비생활을 하는가 했더니 또 다시 헤어졌다.

30일 프로농구의 인기스타인 이상민(35)이 서울 삼성 썬더스로 옮겨 새 둥지를 틀게 되어서다.

삼성은 2006-2007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을 전주 KCC로 보낸 후 이날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포인트가드 이상민을 지명한 것이다. 이들 선수를 맞 교환한 셈이 됐다.

사실 삼성은 그동안 이상민의 나이가 기존의 선수들보다 다소 많아 고심해 왔었다. 그러나 이상민의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삼성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 영입 결정을 내렸다.

실제 이상민은 6년 연속 올스타에서 팬투표 1위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폭팔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거물급 선수다.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 팀을 3차례 정규리그 우승, 2차례 플레이오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작 이상민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CC가 서장훈을 영입한 뒤 보호선수로 서장훈, 추승균(33), 임재현(30)을 묶는 바람에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삼성으로 가게 됐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형길 KCC 단장은 "이상민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농구 팬들도 이상민과 서장훈이 갈라서게 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모처럼 12년만에 콤비를 이루어 '신촌 독수리'시절의 활약을 기대했던 것이 다시 영원한 경쟁자로 맞 서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두 선수는 코트 밖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통화하는 둘도 없는 선후배라 한다. 그렇지만 경기장에서 우승과 MVP 그리고 연봉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숙명을 저버러지는 못하는가 보다.

조승연 삼성 단장은 "구단 내부적으로 이상민의 이적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면서 "아직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박훈근(33)과 함께 조만간 환영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