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만원 KT '스페셜' 가입자 3만여명 그쳐

KT가 큰 돈 들여 깔고 있는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광가입자망(FTTH) 고객 중 대다수가 저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TH로 연결된 가정이 상대적으로 비싼 FTTH 전용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있는 것.고객으로선 고품질 네트워크를 쓰게 돼 좋지만 KT로서는 FTTH가 매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KT의 FTTH 가입자는 26만2190명.이 가운데 초당 최고 100메가비트(Mbps)를 제공하는 FTTH 전용 요금제 '스페셜' 고객은 3만2237명에 불과하다.

10차선 도로를 깔아놓고도 대부분 한두 차선만 쓰고 있는 셈이다.

FTTH는 전화국~가정 구간도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단자함까지만 광케이블로 연결하고 단자함에서 가입자 가정까지는 구리선 랜(LAN)으로 잇는 광랜과 다르다.

최고속도는 둘 다 100Mbps이지만 FTTH가 안정성이 높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묘사한 KT 광고를 보면 FTTH는 결승선까지 빙판이 깔려 있지만 광랜은 결승선 직전에 빙판이 사라지고 맨바닥이 나와 선수(탤런트 유해진)가 당황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정까지 광케이블로 연결됐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다.

스페셜 요금제 가입자가 적은 것은 요금 때문이다.

KT는 지난달 월 4만원짜리 FTTH 상품 '스페셜'을 신설하는 등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요금체계를 바꿨다.

월 3만원인 '라이트'의 속도를 4메가에서 10메가로 높이고 월 4만원인 '프리미엄' 요금은 3만3000원으로 내리면서 속도를 50메가로 끌어올렸다.

속도가 FTTH와 같은 광랜 상품 '엔토피아' 요금은 월 3만6000원으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속도가 비슷한 데도 요금이 비싼 스페셜 상품을 택할 필요성이 작아졌다.

실제로 프리미엄 고객 중 30만여명이 요금체계 개편 후 요금이 싼 라이트로 옮겨갔다.

FTTH는 고객 요구가 아니라 KT 계획에 따라 보급되고 있다.

FTTH 속도는 가입한 요금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라이트 고객은 FTTH가 깔려 있어도 최고속도가 10메가로 제한된다.

FTTH는 초고속인터넷 매출을 높여줄 상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KT는 저속 서비스 고객을 고속 서비스로 유인해 가입자당 매출(ARPU)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은 FTTH 상품 가입이 부진해 FTTH는 가입자 이탈을 막는 수단에 머물고 있다.

KT 관계자는 "FTTH는 인터넷TV(IPTV) 등 통신방송융합 서비스와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보급하는 것"이라며 "단기에 이익을 내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FTTH 보급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고속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ARPU도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201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가입자망을 FTTH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올해는 약 2600억원을 들여 114만4000가구에 FTTH를 공급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