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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마케팅 전성시대…"감성을 읽어라"

낮과 밤이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한다.

봄에는 씨 뿌리고 여름에는 거름을 준다.

가을에는 결실을 거두고 겨울에는 휴식과 함께 내년 봄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농부의 삶이 그렇다.

하지만 모든 인생사에 통하는 이치이기도 하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은 시간을 투자해 가치를 수확한다.

그러기 위해 적기를 알고 조짐을 미리 읽어 대비해야 한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남보다 일찍 '브랜드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기업들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불황일수록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신중한 소비 패턴을 미리 읽어내고 여기에 마케팅 초점을 둔 결과다.

브랜드 관련 전문가들도 불황기 일수록 소비자들이 신중한 구매패턴을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공격적인 브랜드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제품을 팔지만 소비자는 브랜드를 산다.

개인 고객이 그렇듯이 기업 고객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내놓는 상품들이 유사해지면서 각 기업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를 창출하기 위해 브랜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 거장의 최신작 'B2B 브랜드 마케팅'(필립 코틀러 외 지음/비즈니스맵)은 앞으로 브랜딩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페덱스, 삼성, IBM, 레노버 등 월드베스트 산업 제품의 성공적인 브랜딩 사례를 소개하면서 산업 제품들을 브랜드화 하는 기술과 과학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미래 전망까지 제시한다.

삼성의 경우 B2C(기업 대 개인)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B2B 영역으로 이어주는 정서적 접근법으로 하나의 글로벌 가치를 구축, 단일 브랜드 전략에 성공했고 혁신적인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선행투자전략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뒷받침됐다고 평가한다.

'브랜드'가 기업 전략의 화두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8년. 물론 그 이전에도 브랜드의 중요성은 일부 학자들이나 마케터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었으나, 브랜드의 가치가 직접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시기는 이때로 보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당시 2개의 세계적인 대기업 인수는 브랜드를 최고의 관심거리로 만들었다.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사는 식품회사인 크래프트사를 인수하면서 실제 자산 가치의 4배를 지불했다.

네슬레사도 영국의 제과 회사인 론트리사를 인수하면서 자산 가치의 5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했다.

이 비용에는 영업권이나 노하우에 관한 대가도 일부 포함됐지만, 가장 큰 부분이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 비용을 지불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과연 이름 하나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 이상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약속이며, 사회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벤츠나 BMW 등의 외제차에 브랜드가 없다면 소비자들이 국내 자동차에 비해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그 차를 사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가격에는 성능에 대한 약속과 안전이라는 믿음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인정이라는 가치 역시 포함돼 있다.

이것이 소비자들의 가격 지불 의향을 높여 주는 것이고,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가치들을 함축해 가지고 있는 것이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만 무려 30억 달러에 달하는 삼성전자 '애니콜'이 통화 품질을 높여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을 쓰는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세계 최고 성능의 명품 휴대폰을 쓰고 있다'고 하는 심리적 가치를 제공해 주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가치를 돈을 주고 산다.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줘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기업은 물론 정부, 지자체까지 브랜드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