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문제로 10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상지대학교 이사회가 2003년 12월 정이사 9명을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7일 전 이사장인 김문기 전 국회의원이 "임시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 학교를 상대로 낸 이사선임 무효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8대 5의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임시이사들이 2003년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선임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9명의 정이사들은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이사 체제가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개정사학법에 의거해 정이사를 선임하거나 임시이사들을 다시 파견할 수 있지만 임기가 만료된 구(舊) 이사 등과 정이사 선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원만한 타협점이 모색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구 사립학교법에 대한 판단이지만 헌법적 쟁점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개정 사학법 헌법소원 사건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학법 개정안 중 임시이사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헌재가 사학법에 규정된 학교법인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법적 분쟁이 재연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들은 임시적인 위기관리자에 불과해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들을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는 무효이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의원 등 구 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되살아난다고는 볼 수 없다"며 "학교 정상화 방법은 정상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유효한 사학법과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영란ㆍ박시환ㆍ김지형ㆍ이홍훈ㆍ전수안 대법관은 "법령상 제한이 없는 한 학교법인 임시이사들은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이 사건 이사회 결의는 적법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비리를 저지른 학교법인의 임원에 대해 그에 합당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고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함부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단계에 이르면 위헌적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 돼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판결은 구 사학법 상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 정상화 방법의 문제에 관해 판단을 내린 것일 뿐 현행 사학법의 정상화 방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입법론적 타당성을 갖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의원은 선고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법과 양심이 살아 있는 판결을 환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걸었던 학교를 되찾고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주장했다.

상지대는 1992년 한약재료학과 폐지 및 전임강사 임용탈락 문제로 학내분규가 발생하고 이듬해 4월 설립자인 김 전 의원이 부정입학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임시이사 체제에 들어갔다.

10년여 간의 관리체제로 학교가 정상화됐다고 판단한 임시이사들이 2003년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변 서울대 명예교수 등 9명의 정이사를 임명하자 김 전 의원은 이듬해 1월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이광철 기자 ks@yna.co.kr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