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기여한 것은 대통령을 일반인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에 있다"

뉴스위크 아시아판 최신호는 7일 노 대통령 취임 이후 `권위주의 탈피'와 `양당제 확립'을 골간으로 한 한국 정치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진단하는 `돌아올 수 없는 길(The Road of No Return)'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뉴스위크는 "언뜻보면 지지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노 대통령은 운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상을 일거에 불식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의 새로운 정치에서 유일한 후퇴는 극적인 요소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라며 극적인 요소가 팽배했던 한국의 대선이 이제는 지극히 안정적인 구도로 인해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뉴스위크 보도 요약.
『지난해 태국에서 그랬듯 과거 한국에선 정부의 혼란은 쿠데타를 부추겼었지만 오늘날엔 그럴 가능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듯 하다.

겉으로 보기엔 혼란스럽지만 그 수면 아래에 있는 정치적 펀더멘털은 갈수록 굳건해 지고 있다.

일본조차 사실상 일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상당히 안정된 양당 제도를 정착시키고 아시아의 가장 성숙한 자유 민주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대부분 이전의 몇몇 대통령,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많은 비난의 대상이 돼온 노 대통령의 덕분이다.

얼마전만 해도 한국의 우파는 군부와 그 연합세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역할은 보수야당인 한나라당이 채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패배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민주적 진실성을 입증했다.

80년대 말 직선제 대선을 치르기 시작한 이후 한국은 개인적 인물의 호소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쌓아올린, 실제보다 과장된 `제왕적 대통령'에 의해서 지배돼 왔다.

함승덕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러나 "오늘날 정치 조직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권한을 누리고 있으며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당부분 `3김'에 의한 개혁 덕분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제왕적 대통령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법적 견제와 균형이라는 확고한 시스템이 이제는 뿌리를 내렸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 남용에 대해 처벌함으로써 정당한 절차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도록 하는데 이바지했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의 사법기능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 또 한국이 얼마나 안정된 국가인지를 보여준다.

63일동안 대통령이 부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안정을 유지했고 안보나 치안에서도 어떤 문제도 없었다.

각 정부 부처는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민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최종 결정을 기다렸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한국의 보수적 엘리트층을 전면적으로 공격할 것을 다짐했고 자신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부각시켰다.

일부는 노 대통령이 한국정치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바로 대통령을 일반인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에 있다고 주장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겸손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국민들은 자신들이 잘못됐다고 인식하는 경제운용에, 그리고 때로는 혼란스런 스타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의 엉뚱한 행동과 반(反) 엘리트적 수사(rehtoric)가 대통령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한국의 명성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거친 스타일은 도리어 양당 시스템을 강화토록 하는데 도움을 줬다.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극단적 표현이 온건파들에게 어느쪽이든 편을 들도록 만듦으로써 확고한 진보와 보수 진영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정당은 이제 지도자의 개인적 매력 이상의 것을 상징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중도좌파 연합에 대한 지지세가 상당히 견고하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붕괴되더라도 곧 유사한 조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정당이 어떤 대의를 표명할 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사회복지의 확대, 재벌에 대한 단호한 규제, 대북 화합 정책, 미국으로부터 독자성 강화 등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단지 인물의 개성을 놓고 선택하는 것 뿐 아니라 당의 정강을 놓고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그 결과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재는데 있어 권력이 이념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원활히 이양되는지 여부를 보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인 잣대는 없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도 단 한번 밖에 해보지 못한 것이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