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에서 남성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남성들의 '사치' 경향은 패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부터 남성 패션지들이 잇따라 창간됐고 브룩스 브라더스 같은 '점잖은' 브랜드 외에도 돌체앤가바나,비비안웨스트우드,폴 스미스 같은 화려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옴므(남성)'라인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작년 말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남자들을 위한 장신구'전이 남성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는 등 몸치장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행사를 준비한 전용일 국민대 금속공예과 교수는 "남성들도 돈이나 권력만이 아니라,자신이 어떻게 보이느냐를 생각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이 올 1분기와 작년 1분기를 비교해 VVIP고객을 분석한 결과,남성고객의 비중은 29%에서 36%로 늘어났다.

남성고객 수도 같은 기간 15%로 늘어나 전체 VVIP고객 수 증가율 10%보다 높았다.

남성고객이 한 번 방문해 구매하는 가격(객단가)도 16%로 증가해 8% 신장에 그친 전체 VVIP의 객단가보다 두 배 정도 앞섰다.

그만큼 남성명품족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SVIP 고객의 경우 고객수가 작년엔 직전 연도보다 35% 늘어났으며 올 1분기에도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남성 SVIP고객의 매출은 작년에 46% 신장한 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47% 증가했다.

여성 명품족이 핸드백을 애용한다면 남성명품족은 시계와 구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비뉴엘 2층 명품시계 편집매장 '크로노다임'에는 '롤렉스'를 비롯해 '바쉐론콘스탄틴','예거르꿀뜨르','에르메스','보메&메르시에' 등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올 1분기 시계 매출도 작년 1분기보다 20% 신장세를 보였다.

박상옥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시계 MD는 "최근 들어 200만원 이상 고가의 명품시계 매출이 상승하는 건 다른 아이템에 비해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며 "시계 마니아들 사이엔 화려하면서 파워풀한 시계를 선보이는 '로저드뷔' 등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명품관은 남성들의 시계 선호도가 높아지는 트렌드에 맞춰 지난달 12일 명품 시계 편집 매장인 '빅벤'을 열었다.

명품 시계의 고장인 스위스의 'IWC','바세론콘스탄틴','예거르꾸뜨르' 등 개당 1000만∼2000만원대의 초고가 5개 브랜드로 구성한 이 매장은 4층 남성복 매장에 함께 배치했다.

또 갤러리아명품관에서 한 켤레당 50만원 이상 나가는 전통 명품 슈트 '브리오니','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남성 명품 편집숍 '르 메일'과 영국의 '폴스미스' 등 패션 감각이 높은 브랜드가 15% 이상 매출 신장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