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당시 기준시가로 양도가액 산정"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거액의 대출금을 낀 채 부동산을 물려주는 부담부(負擔附) 증여에 재갈을 물리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거액의 주택담보대출금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아파트 한 채씩을 가족 2명에게 증여한 A씨가 서울 송파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가 부과한 양도소득세 7천900여만원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부담부 증여와 관련한 양도소득세 부과의 잣대를 마련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부담부 증여는 대출금을 끼고 부동산을 증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내고 부모가 나중에 빚을 대신 갚아줄 수도 있어 이중적인 탈세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는 2001년 7월 기준시가(현 공시지가)가 각각 1억2천여만원인 투기지역 내 아파트 2채를 2억4천만원, 2억6천만원에 구입한 후 이를 담보로 2억5천만원씩 총 5억원을 대출받았다.

그 후 2003년 11월 가족 2명에게 대출금 전액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증여한 후 양도소득세 548만원을 신고, 납부했다.

그러나 송파세무서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A씨가 2억8천여만원의 양도차익을 남긴 것으로 계산해 7천9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투기지역 내 부동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는 취득ㆍ양도 때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부담부 증여의 취득가액을 계산할 때는 실제 취득가액으로, 양도가액을 계산할 때는 채무 상당액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인용해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부과한 양도소득세 7천900여만원을 취소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는 "투기지역 안의 부동산 양도가액은 실지거래가액에 의해야 하지만 A씨의 경우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인정ㆍ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양도가액 산정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