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수용', 李측 `불충분' 입장 엇갈려
홍준표.전여옥 비대위 구성 압박도 변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30일 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극심한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당의 부패 척결, 대선주자들의 과열경쟁 방지, 당의 외연확대 등을 골자로 한 당쇄신안을 내놨다.

4.25 재보선 참패 이후 닷새만에 나온 강 대표의 `처방전'은 선거참패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당의 대선승리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완책을 엮어서 내놓은 패키지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강 대표가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를 거부한 채 내놓은 당쇄신안이 수용될지 여부이다.

수용 여부에 따라 당내 갈등이 확산될 것인지, 봉합될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쇄신안이 수용되면 당은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거부될 경우에는 지도부 총사퇴 압박이 거세지면서 당이 극심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간 반목과 갈등도 심화될 공산이 크다.

강 대표의 쇄신안은 ▲`경선 룰' 최고지도부 결단 등을 통한 당중심 강화 ▲음해성 언동 당사자 윤리위 회부 등을 통한 네거티브 방지 ▲격주 간담회를 통한 당-대선주자간 협의채널 구축 ▲지도급 인사 최고위원직 영입 등을 통한 외연확대 ▲당협위원장 재산공개 등을 통한 부패척결 ▲경선과열 방지를 위한 `당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네거티브 억제대책은 이 전 시장측의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의 쇄신안은 일단 이번 재보선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부패를 근절하고, 대선주자 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당장 박 전 대표측은 쇄신안을 환영하면서 "이제 당 중심으로 화합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측의 수용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 전 시장측은 찬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가운데 "당내 분위기를 지켜보자"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선 룰 재검토 등 핵심 조항이 빠져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전 시장측이 내심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쇄신안이 흔쾌히 수용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쇄신안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당 서열 2위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쇄신안 미흡을 이유로 전격 사퇴를 강행할 경우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당내 일부 강경성향의 중립파 의원들도 "알맹이가 없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강 대표가 `경선까지 대표직 수행 후 대선후보와 거취 협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불구,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전여옥 의원과 3선의 홍준표 의원 등이 여전히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쇄신안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캠프 내부기류는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안을 무조건 거부할 경우 지게 될 부담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강 대표가 경선 룰 수정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요구한 네거티브 방지대책은 일정 부분 수용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측은 자신들이 요구한 금품살포에 대한 경고 부분이 빠져 있어 강 대표가 오히려 이 전 시장측의 손을 들어준 성격이 있다고 주장을 할 정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전 시장측은 일단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당내 여론추이를 지켜 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개인사무실인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강 대표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받은 뒤 "좀 지켜보자"는 반응만 보였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 정도 갖고 되겠느냐"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할 말이 없다"는 짤막한 반응으로 불만을 우회 표시했고,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런 내용으로 당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보느냐"고 쏘아붙였다.

쇄신안 내용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이재오 최고위원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현재 당 지도부에 대대적인 혁신안을 역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시장측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봉합이냐, 악화냐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전 대표는 "강 대표가 책임있는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시장측과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고, 최경환 의원은 "이 전 시장측에서 경선 룰 얘기를 꺼낸다면 그거는 수습이 아니라 싸우자는 얘기다. 몇 달간 협의해 만들어 놓은 안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전 시장측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선 강력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캠프에 속하지 않은 중립지대 인사들과 소장파 의원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들은 강 대표의 거취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한 전여옥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쇄신안의 내용은 이미 옛날부터 어느 정도 들어가 있던 것"이라면서 "그때 안 하고 지금 하자고 하는 것은 코미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54%가 강 대표 사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강 대표가 나중에 후보에게 거취를 묻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후보 눈치를 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면서 "강 대표가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게 당 쇄신이다. 지도부를 즉각 해체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의원도 "강 대표가 내놓은 안은 `혁신책'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보신책'에 불과하다"면서 "강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옳다. 당장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의원모임 수요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이번 쇄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와 당 지도부의 지도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자기 희생이 전혀 없고 그래서 감동도 없다"면서 "상처를 그냥 덮고 가면 결국 썩어서 곪아 터진다. 이런 상태로 그냥 봉합되면 지도력 회복이 안돼 지도부가 대선주자들을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은 "일단 지켜보자"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회의를 통해 모임입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고위원단 가운데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김형오 원내대표는 "일단 한번 두고보자"면서도 "들어갈 내용은 거의 다 들어간 것 같다"며 다소 긍정적 자세를 취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내용에 대해선 이만큼 됐으면 좋다고 본다. 대선주자들도 이걸 받아들이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실천력이 어느 정도 담보 되느냐로, 두 대선주자의 협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낮 강 대표 쇄신안에 대한 지지성명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