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주자, 小野3당 '반대' 공동전선
한, "단식농성은 정치적 제스처" 비난


협상시한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둘러싼 정국의 파고가 드높아지고 있다.

협상 반대파인 범여권 대선주자군과 소야(小野) 그룹이 강경투쟁의 기치를 들어올리며 세 확산에 나서고,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내 친(親) FTA론자들의 반격 움직임이 표면화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FTA 찬반 여부를 놓고 급속히 양분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같은 기류는 협상타결 시한(31일)이 임박하면서 전면적 대결구도로 심화되는 양상이어서 한덕수(韓悳洙)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4월 임시국회에서 양대 진영 간의 첨예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반(反) FTA 진영은 투쟁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조직적 세 확산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 국민중심당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 비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시한에 쫓기는 FTA 졸속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국중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과 같은 졸속 협상이 타결된다면 국회 비준문제와 관련해 후속투쟁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FTA 비준안이 9월 정기국회 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불평등한 FTA 비준표결은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로 단식농성 중인 천정배(千正培) 김근태(金槿泰) 임종인(林鍾仁) 의원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김 전의장에게 "민주당도 한미 FTA 협상타결을 반대하고, 농성도 할 계획"이라고 위로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문이 크게 남는 상황이 아닌데 마치 이문이 크게 남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의장은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매일 오후 2시 기자들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FTA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단식 3일째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후 박상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과 한미 FTA 문제를 논의했다.

국회 농해수위(위원장 권오을) 위원들도 오후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권오규(權五奎) 재경부총리를 방문, 명분과 실익을 잃은 한.미 FTA 협상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친(親) FTA 진영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미 FTA 체결에 원칙적 찬성 입장인 한나라당은 범여권 주요 인사와 민노당 인사들의 단식농성에 대해 '정치적 제스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은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의 단식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여당 의장과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무대에 올랐지만 희극이 돼서 관객들이 웃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선주자로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자기입지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 첫째 목적이고, 반(反) FTA 조직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는 것이 둘째 목적"이라면서 "너무 배가 불러 잘못된 꿈을 꾼 것 같은데 단식을 계기로 꿈을 깨기 바란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시장경제 원칙을 지켜온 정당으로서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면서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협상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내놓겠다는 것은 누가 못하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기준(兪奇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정부와 여당의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로서 일말의 책임감도 찾을 수 없는 무책임한 단식으로 FTA에 따른 피해를 진심으로 우려하는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기회주의 행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미 FTA는 결코 '대권 불꽃놀이용 불쏘시개'가 아님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협상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피해보상 대책을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변동된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최종 입장은 협상내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것. 최근 협상이 별 실익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비판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한미FTA특위 위원장인 윤건영(尹建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단이 미국이 정해 놓은 시한이나, 정략적인 이유로 협상에 반대하는 (구)여권의 정치지도자 및 시민단체 등의 비판에 구애되지 말고 오로지 국가이익과 국민의 복리만을 위해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국가이익은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최우선 기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적 협상의 필수조건으로 ▲양국간 이익균형 ▲자동차의 즉시 그리고 완전한 관세철폐 ▲섬유분야 관세 즉시 철폐 및 원산지기준 완화 ▲쌀 개방 불가 및 쇠고기.오렌지 등 민감품목 시장 점진개방 ▲통신.방송 공공성 훼손 반대 ▲투자자-국가분쟁 대상서 부동산.조세정책 제외 ▲의약.위생검역 분야 국민건강권 침해 불가 등 7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최대 쟁점인 쌀 문제와 관련, "미국이 (쌀 시장 개방을) 계속 주장하면 우리측 협상단이 협상결렬을 선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설사 요구를 받아오더라도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되지 않을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은 이날 강화도에서 소속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갖고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협상결과를 지켜보고 찬반 입장을 정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승관 기자 rhd@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