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미 관계정상화를 논의할 실무그룹 첫번째 회의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전례없는 여유를 선보였다.

김 부상은 이날 오후 김명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와 함께 국무부 외교경호실(DSS) 소속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 아래 맨해튼 44가에 위치한 세인트 존스극장을 찾아 뮤지컬 '더 프로듀서스'를 관람했다.

김 부상은 극장에서 경호원들의 안내 아래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일반 관객들과는 달리 극장으로 직행했으며 이후에 도착한 나머지 북한대표단원들도 프레드릭 케리어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과 함께 극장으로 들어갔다.

김 부상은 뮤지컬 관람 후에도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을 찾는 등 이날 하루 특별한 일정 없이 관광으로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공식적인 양자협상을 하루 앞두고 나온 김 부상의 여유로운 행보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이미 협상 준비가 끝났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았다.

실제 김 부상은 뮤지컬 관람에 앞서 들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앞에서 "뉴욕에 있는 공화국 대표부 인원들과 간단한 좌담회를 하고 나왔다"고 대표부 방문목적을 설명하면서 협상 준비상황을 묻는 질문에 "준비는 다 돼 있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 부상은 숙소인 유엔본부 인근 숙소인 밀레니엄호텔에서 지난 2000년 뉴욕회동 당시 미국측 대표였던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만나 조찬을 함께 하며 환담했다.

한반도에너개발지구(KEDO)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한 카트먼 전 특사는 김 부상과 만난 뒤 "오랜 친구를 만나러 왔다.

김 부상의 얼굴이 좋아 보였다"고 말했으나 현안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는 프로"라는 말로 대신했다.

김 부상과 카트먼은 지난 2000년 9월 말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 자격으로 뉴욕에서 회동, 제네바 핵합의 이행과 북한의 테러지원 지정 해제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한편 김 부상은 5일 오전 전,현직 미 정부 관리와 학계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 건물에서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로 열리는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뒤 오후부터 첫번째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