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래 반세기 넘게 적대 관계인 북한과 미국이 오는 5,6일 뉴욕에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지난달 13일 북핵 6자회담에서 한달 내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미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첫 번째 회의가 미국 주최로 이틀간 뉴욕에서 열린다"면서 "미측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북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수교국이라 미국에서 외교 비자를 받을 수 없는 김계관 부상은 시민 단체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비정부기구(NGO)에 대북 지원을 호소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비공개 강연을 한 후 2일 뉴욕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교가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북·미는 이번 접촉에서 우선 선결 의제와 일정부터 정한다.

북한은 정상적인 교역 활동을 위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빼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도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그 전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인권 문제를 짚고 가겠다는 입장이라 의제 정리부터 쉽지 않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미사일 개발 등이 다뤄지지 않고선 북·미 관계가 절대 정상화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해제 여부는 미 의회가 결정권을 갖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신고하지 않으면 미 의회 분위기가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의 HEU 개발 여부는 6자회담 내 별도의 비핵화실무그룹에서 규명할 문제지만 미국이 강한 의혹을 갖고 있는 만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지난달 28일 하원 외교위 북핵 청문회에 출석,"영변원자로에서 북한이 추출,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은 50여kg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한다.

송 장관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의지를 일관되고 확고하게 밝히는 것이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기위한 필수조건임을 강조하고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위해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포럼을 조속히 구성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