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정정 제한' 대법원 지침 개정 요구 쇄도

호적상 성별 정정을 원하는 성전환자들이 대법원의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사무처리 지침'의 문제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A(45)씨는 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개최하는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대법원 지침 중 신청자격을 자녀가 없는 경우에 한정한 것은 반인권적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1991년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이길 거부하는 성정체성을 깨달았고 아내가 아이까지 낳았지만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라며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으나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불렀을 때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아이 장래를 생각했다면 성전환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난하지만 성정체성을 알고도 예전 모습으로 살라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라며 "우리 모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의 호적상 성별정정"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이미 성전환 수술까지 끝마쳤기 때문에 학부모 면담 등 당당한 엄마의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성별을 정정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남성으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미성년자 B(19)양은 "가슴이 나오는 게 너무 싫고 끔찍해 습관적으로 가슴을 때리곤 했었다"라며 "중학교 때 같은 학교 여학생을 좋아해 동성애자가 아닌가 고민한 끝에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대법원 사무처리지침에서 20세 미만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무슨 근거로 배제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정신과 의사의 확실한 진단과 부모, 법적대리인의 동의가 있다면 미성년자도 성별을 정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C(38)씨는 "육체적 성(性)과 정신적 성(性)의 불일치로 생활이 송두리째 흔들려 자살시도까지 한 끝에 2년 전 여성생식기 제거 및 남성형가슴 성형수술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성의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혈관을 접합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이라 최소 12시간 이상 걸리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다 성공하더라도 성생활이 불가능하고 소변이 새는 등 문제가 있어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C씨는 "더구나 국내에는 성기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이 거의 없고 수술비용이 2천만∼1억원에 이른다"라며 "성별정정의 요건으로 부작용이 한 두가지가 아닌 성기성형수술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는 작년 9월 대법원의 사무처리지침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성전환자와 의대 및 법대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