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 선고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가운데 학계에서도 날선 '장외 대결'이 벌어져 주목된다.

재판부는 상법학계의 권위자와 소장 학자가 정면으로 맞붙은 이번 논쟁을 재판에 참고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 중이다.

불꽃 튀는 논쟁의 시발은 지난해 7월 이철송 한양대 법대 교수(59)가 '인권과 정의'지에 "CB 저가 발행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논문을 내놓으면서부터.이에 대해 장덕조 서강대 법대 교수(43)는 같은 해 10월 '법조'지에 반박 논문을 기고했고 이 교수가 같은 잡지 12월호에 재반박 논문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CB 저가발행 회사에 손해인가

이 교수는 "CB의 저가 발행은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 주주의 손해이며 신주나 CB 발행 가격이 얼마이든 기업 자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신주를 발행할 때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발행할 의무는 없고 저가 발행이 이사의 임무 위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자 가액이 많거나 적은 것은 회사 손익에는 상관 없으며 고가 발행과 저가 발행의 차액을 회사의 손해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것.당연히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교수는 "자본 확충은 주주책임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최대한 많은 돈을 납입하라는 것은 그만큼 기업 위험의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업종에 따라 어느 정도 자본 확충이 이익인지 사전에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버랜드 1심 판결과 같은 시각에서 본다면 기업에서 행해지는 유상 감자,이익 소각,합병 등 일상적 자본 거래들이 모두 배임죄를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 교수는 "회사법적으로 CB 저가 발행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정당하다"면서 "주식이 현저히 불공정한 가액으로 저평가돼 유입될 자산이 유입되지 않았다면 손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회사에 보다 많은 자금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자본 충실의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지배권 변경 및 이사회 결의 절차상 문제

이 교수는 "지배권을 제3자에게 넘길 목적에서 신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배임이 될 수 없다"면서 "지배권 이전을 위한 신주 발행은 업계에서 흔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CB 발행으로 이미 발행된 주식보다 많은 주식을 취득한 제3자가 탄생,회사의 지배권이 완전히 변경됐다"며 "이 같은 신주 발행은 미국에서는 무효"라고 맞섰다.

CB 발행을 결의한 에버랜드의 1996년 10월 말 이사회가 정족수에 미달한 문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이 교수는 "배임죄 구성 요건과 무관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과반수 이사가 출석하지 않은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며 입장을 달리했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