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이에너지[050050]는 2000년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후 열 세 번의 최대주주 변경과 열 다섯 번의 대표이사 교체라는 극심한 경영권 변동 끝에 최근 경영권이 DJ 정부 시절 대표적인 정치 스캔들 '최규선 게이트'의 주인공이었던 최규선씨에게 넘어갔다.

유아이에너지는 작년 말 최씨가 대표직을 맡은 직후 이라크를 무대로 굵직한 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해외 유명 인사들을 회사 임원과 고문으로 잇따라 영입하는 등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주가로 직결돼 최씨가 등장하기 전인 작년 11월 초 1천700원대 머물던 유아이에너지의 주가는 12월 중순 한때 4배 이상인 8천원대까지 치솟았으며 이후 다소 조정을 받긴 했으나 3일 현재 5천600원으로 여전히 11월 초의 3배 이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때 유명 로비스트였던 최씨의 다국적 네트워크를 해외 사업에 접목할 경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높은 관심만큼이나 우려 또한 크다.

무엇보다 2년의 형기를 마치고 2005년 11월 출소한 최씨가 출소 1년만에 돌연 코스닥 상장사 대표로 들어선 데 대한 의혹어린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는 데다 사실상 내전상태인 이라크를 무대로 한 에너지 개발사업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경계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유아이에너지는 최씨의 국제적인 사업 능력, 의욕적인 재기 노력에 신뢰를 가져도 좋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씨의 개인 역량 외에 기술력이나 생산설비 등 기업 가치를 평가할 만한 구체적인 사업 기반을 찾기 힘들다며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극심한 경영권 변동 = 상장 이후 6년 동안 열 세 차례의 최대주주 변경과 열 다섯 차례의 대표이사 교체가 있었다는 것은 유아이에너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06년 한해에만 각각 네 차례의 최대주주 변경과 대표이사 교체가 있었으며, 2005년에는 각각 세 차례와 네 차례, 2004년에는 각각 네 차례와 여섯 차례의 변동이 있었다.

최대주주가 바뀔 때마다 거의 매번 주력 사업이 바뀌어 현재는 설립 초기 주력 사업인 가스.철도.전력 자동제어시스템에서부터 컴퓨터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자문.개발, 전자상거래.인터넷, 연예매니지먼트, 영상.음악 콘텐츠 등을 거쳐 현재는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밖에 정보통신시스템, 광고대행, 환경, 밸브.배관자재, 휴대폰, 냉동기기, 경영컨설팅, 부동산, 의약품 제조, 생명공학(바이오), 로봇, 비디오.DVD, 전자.나노부품 등 코스닥 업체들이 영위하는 어지간한 사업들은 대부분 사업목적에 망라돼 있어 회사가 정확히 뭘 할 것인지를 알기도 쉽지 않다.

경영권 변동이 잦을수록 통제시스템과 사업기반이 취약해져 횡령.배임 등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와 퇴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코스닥시장의 통설처럼 유아이에너지는 2005과 2006년 감사의견거절과 자본전액잠식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으며, 횡령.배임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년째 매출 감소와 적자 행진을 지속하는 등 실적도 극히 부진하다.

2005년 매출액 31억원, 영업손실 26억원, 순손실 6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06년에는 3.4분기까지 매출액 8억원, 영업손실 31억원, 순손실 25억원을 거뒀다.

사명 변경도 세 차례가 있었다.

1987년 '공영종합시스템'이란 이름의 가스.철도.전력 자동제어시스템 업체로 설립된 유아이에너지는 코웰시스넷(2000년), 서원아아앤비(2005년)를 거쳐 지난해 말 장외 건설업체인 유아이이엔씨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현재 전체 직원 수는 25명에 불과하며, 매출구성은 작년 3.4분기 현재 서버.스토리지.컴퓨터 주변기기가 71%, 응용소프트웨어.보안소프트웨어가 26%를 차지하고 있다.

◇ 화려한(?) 해외사업 성과 = 유아이이엔씨는 지난해 12월 유아이에너지의 지분 10.17%와 경영권을 35억원에 인수했다.

2002년 말 설립된 유아이이엔씨는 최씨의 부인인 손모씨가 최대주주인 데다 최씨가 부회장으로 직접 경영을 맡고 있어 사실상 최씨가 유아이에너지를 인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아이이엔씨는 2004년 8월 이라크 쿠르드스탄 자치정부 내 술레이마이나 지역에서 400병상짜리 병원 공사를 5천800만달러에 수주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최씨가 최규선 게이트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시기로, 최씨가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부인 명의의 회사를 통해 이라크 건설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유아이이엔씨가 회사를 인수한 직후 유아이에너지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씨는 곧바로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유아이에너지는 지난달 중순 이라크 쿠르드스탄 원유 및 가스탐사 개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국왕 셰이크 팔리파의 아들인 셰이크 술탄이 최대주주로 있는 '파이오니아'사와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데 이어 쿠르드스탄 자치정부가 발주할 예정인 300MW 발전설비 사업에 현대중공업과 공동으로 진출키로 협력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아이에너지는 제프리존스 전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 스테판 솔라즈 전 미의회 의원,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을 잇따라 감사 및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 '최규선의 힘' = 유아이에너지와 유아이이엔씨는 이라크 사업에 최씨의 국제적인 인맥과 사업 수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씨의 사업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여타 기업들이 접근하기 힘든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유아이에너지 관계자는 "이라크는 전세계의 유수한 기업들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지역으로 앞서 최 대표가 구축한 네트워크가 사업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사업만으로는 연간 매출이 30억원을 넘기 힘든 상황이지만 해외 에너지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월간 30억~4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예상 실적을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기는 이른 단계지만 최근 현대중공업과 공동으로 추진키로 한 이라크 발전설비 사업은 일반 발전소 건설 사업에 비해 소요 기간이 3분의1 밖에 되지 않아 조만간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 사업들을 당장 정리할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해외 에너지개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다 보면 여타 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관계사인 유아이이엔씨와의 물리적 통합 계획은 없고 유아이이엔씨는 병원 건설 등 기존 이라크 재건 사업에 주력하고 유아이에너지는 에너지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씨와 관련된 '대주주 리스크' 우려에 대해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항이 있다면 애초부터 대표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 대표는 국내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기존에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나라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해나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아이이엔씨는 현재 10~15명의 파견 직원들의 감독 하에 현지 인부들을 고용해 400병상짜리 병원 공사를 직접 시공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300병상짜리 병원 공사 계약을 추가로 추진하는 등 현지 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신뢰회복은 역부족" = 그러나 회사 측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박정근 한국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기업 자체의 역량이나 시스템에 의해 사업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고 대표 한 사람의 사업 수완이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게다가 신사업 추진과 관련, 뚜렷한 생산설비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 가치를 논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대체에너지나 해외 에너지 개발은 장기적으로 유망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어떤 기업도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현재 유아이에너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해외 에너지개발 사업은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중계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실제 자원개발 능력이나 자금력을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만 의존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중간에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유아이에너지가 중동 현지 업체와 체결한 이라크 자원개발 관련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또 "최씨가 상장사 대표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는 신뢰회복에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유아이에너지 주요 재무제표>
(단위:천원)
┌────┬───────┬──────┬─────┬─────┬─────┐
│구 분 │2006년 │2005년 │2004년 │2003년 │2002년 │
│ │3/4분기(누적) │ │ │ │ │
├────┼───────┼──────┼─────┼─────┼─────┤
│총자산 │14,121,746 │13,501,675 │1,989,005 │4,743,592 │10,904,916│
├────┼───────┼──────┼─────┼─────┼─────┤
│총부채 │3,133,769 │8,160,104 │9,234,389 │7,322,316 │8,643,275 │
├────┼───────┼──────┼─────┼─────┼─────┤
│자본금 │11,796,844 │6,074,034 │948,351 │3,483,512 │1,576,250 │
├────┼───────┼──────┼─────┼─────┼─────┤
│총자본 │10,987,977 │5,341,571 │-7,245,383│-2,578,724│2,261,641 │
├────┼───────┼──────┼─────┼─────┼─────┤
│매출액 │822,455 │3,134,998 │2,223,150 │5,380,319 │2,999,228 │
├────┼───────┼──────┼─────┼─────┼─────┤
│영업이익│-3,178,254 │-2,600,677 │-2,055,568│-4,786,399│-2,740,802│
├────┼───────┼──────┼─────┼─────┼─────┤
│경상이익│-2,574,180 │-6,347,373 │-6,610,451│-8,362,792│-2,991,058│
├────┼───────┼──────┼─────┼─────┼─────┤
│순이익 │-2,574,180 │-6,347,373 │-6,610,451│-8,362,792│-2,95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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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금융감독원>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