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연상시키는 특수효과 인상적

불을 뿜는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며 전투를 벌인다.

북유럽 신화의 어느 언저리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같은 상상 속의 이미지가 영화 '에라곤'이 구현한 판타지의 세계다.

올해 23살에 불과한 미국의 판타지 소설가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 원작을 영화화한 '에라곤'은 10대 청소년 작가(파올리니는 '에라곤'을 15살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가 17살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쓴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상상력의 수준이나 스토리라인이 다분히 10대 취향이다.

어찌 보면 '반지의 제왕'을 축소시켜놓은 것 같기도 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컴퓨터그래픽(CG)을 앞세운 특수효과다.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용, '워크래프트'같은 컴퓨터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악한 마법사와 그가 구사하는 기괴한 마법, 반란군들이 거주하는 은둔의 세계인 '바르덴' 등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할리우드만의 노하우로 멋들어지게 재현했다.

1억2천만 달러(약 1천116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캐나다에서 로케이션한 스펙터클한 영상도 볼거리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아주 오래 전'이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드래건 라이더(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보호 아래 '알러게이자'의 도시들은 풍요와 번영을 누렸으나 드래건 라이더들은 차츰 힘을 과신하며 오만해졌다.

그들 중 한 명인 갈러토릭스(존 말코비치)가 패권을 잡은 이후 알러게이자는 사악한 마법사 더르자(로버트 칼라일)를 앞세운 갈러토릭스의 폭정으로 인해 고통과 파괴만이 만연하는 세상으로 변해 있다.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작은 골짜기 카버홀에 살고 있는 17세 소년 에라곤(에드 스펠리어스)은 어느 날 숲 속에서 윤기 나는 파란색 알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다.

그것은 전설 속의 드래건 전사를 불러들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드래건의 알'이었다.

에라곤은 알을 깨고 나온 드래건 사피라와 텔레파시로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신비한 인물 브롬(제레미 아이언스)으로부터 전설의 드래건 라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차츰 그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는다.

에라곤은 세상을 공포와 어둠으로 몰아넣은 절대권력 갈러토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반란군들의 세계인 '바르덴'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고 급기야 반란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쳐들어온 갈러토릭스 군대와 운명을 건 전투를 펼치는데…
'에라곤'은 파올리니의 판타지 시리즈 '유산 3부작'의 1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올 겨울 개봉된 '에라곤'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2, 3부도 잇달아 영화화될 전망이다.

2005년에 발표된 2부 '엘디스트(Eldest)'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60주간 올랐으며 파올리니는 현재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인 '인헤리턴스(Inheritance)'를 집필 중이다.

신선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CG로 구현한 멋진 볼거리로 가득찬 '에라곤'은 그러나 '반지의 제왕' 같은 초대형 판타지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까다로운 관객에게 어느 정도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1월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