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인력 채용과 육성,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9월18일 전자 사장단 회의)

"경영에도 영국 프리미어리그식 창조경영을 적용해 우수 인력들을 확보하고 양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9월30일 런던에서 첼시경영진과의 만남)

"셰이크 모하메드가 두바이를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모델로 변화시켰듯이 우리도 각 사의 미래 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창조경영에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10월8일 두바이의 삼성물산 건설현장에서)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이건희 회장의 해외출장은 창조경영 전파를 위한 '월드 투어'의 성격이 짙었다.

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新)경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이 회장이 13년 만에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창조경영이다.

말로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창조경영'에 대한 이 회장의 설명은 의외로 간결하다.

이 회장은 "한국 독자기술로 통신 종주국 미국 본토에 진출한 와이브로나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을 가능케 한 CTF(Charge Trap Flash)기술이 독창적인 창조경영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세계 IT업계를 리드하면서 시장을 창출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경영이라는 설명이다.

창조경영을 구현해나갈 수 있는 원리 또한 비교적 단순하다.

이 회장의 또 다른 경영키워드인 '준비경영'에서 줄곧 강조해온 인재와 기술을 앞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신무장 전략

이 회장은 왜 창조경영을 새 경영화두로 정했을까.

이는 최근 삼성의 경영흐름과 임직원들의 태도,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삼성 포위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환경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은 2004년 19조300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린 이후 다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환율 하락에 유가 불안 등과 같은 외부의 부정적 요인들이 겹친 탓이기도 하지만 삼성 내부의 성장동력 또한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이 회장의 위기감이다.

과거 이 회장은 "인재와 기술만 갖고 있으면 겁날 것이 없다"고 호언했지만 지금은 인재와 기술 외에 새로운 '플러스 알파(+α)'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영은 말 그대로 창의성이나 선견력 같은 덕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 어렵게 도달한 세계 일류기업의 자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정신무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한계를 극복하라

삼성은 이 때문에 내년 경영방침 키워드에 '창조'뿐만 아니라 '혁신'과 '도전'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3개 키워드의 전략적 융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전자업계에서 '마의 벽'으로 일컬어지는 매출 1000억달러 돌파를 위한 전략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전자업체는 IBM(911억달러)이다.

삼성전자(787억달러)는 HP 히타치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간의 약진을 통해 마쓰시타와 소니를 제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 연평균 3∼5%의 매출성장 속도로는 급변하는 IT업계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LCD 외에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며 "창조경영은 바로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영은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롭고 두려운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함으로써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해 달라는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