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광풍과 심각한 전세난 속에서 900세대가 넘는 수원 광교신도시 개발지구 세입자 대부분이 이주 시한인 12월을 불과 한달 앞두고도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11.15부동산대책으로 광교신도시를 비롯한 2기 신도시가 조기에 건설된다는 발표를 전해듣고 이들은 행여나 겨울철에 강제철거가 닥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속타고 막막한 광교 세입자들

광교신도시 개발지구인 경기도 수원 이의동에서 보증금 1천100만원 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김동환(50.노점상)씨는 최근 생업을 뒤로 하고 다섯 식구가 살 집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유례없는 전세난에 나온 매물이 없어 큰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개발사업자인 경기지방공사에서 연 2%의 저리로 4천만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잔금도 치르기 전에 살 집에 전세권 설정을 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김씨가 쓰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씨는 천신만고 끝에 용인시까지 찾아가 최근 전세 5천만원 짜리 방 2개 집을 구했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고 며칠을 기다리던 중 다른 사람에게 매물을 빼앗겼다.

김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몇번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까 정말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다"고 하소연했다.

수 차례 실패 끝에 재개발을 앞둔 허름한 아파트를 전세 5천만원에 구한 이인우(47.수원 원천동.회사원)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
처음 구한 전세 5천500만원 짜리 단독주택은 담보가치가 없어 대출을 해 줄 수 없다고 경기지방공사가 막아섰고, 다음에 구한 전세 6천만원 짜리 18평 아파트는 정책자금 대출은 절차가 복잡해 거래에 끼어들기 싫다며 부동산중개사가 중개를 거절했다.

이씨는 "잔금 전에 고리로 신용대출을 받아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미리 주고 나서야 전셋집 계약을 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까지 전세자금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면 누가 돈을 제대로 쓸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900세대 중 30여 세대만 이주

경기지방공사가 추산하고 있는 광교신도시 지구내 세입자 가구수는 무려 925세대에 이르지만 이주시한을 불과 한 달 앞둔 지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이주한 세대는 불과 30여 세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세입자들의 이주율이 낮은 까닭은 초유의 전세난으로 살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전세권을 설정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로 집주인들이 광교신도시 세입자들을 집에 들이길 꺼리기 때문이라고 세입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 부동산 포털사이트에서 광교신도시에 인접한 수원시 우만동의 전세 매물을 직접 검색한 뒤 이 중 5천만원 미만의 전세물건 예닐곱개를 추려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본 결과 대부분이 이미 거래된 `죽은 물건'이었고 그나마 남은 경우도 인터넷에 제시된 것보다 1천만원 이상 웃돈을 줘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교신도시를 포함한 주요 2기 신도시의 개발계획을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은 광교 세입자들의 마음을 또한번 철렁이게 만들고 있다.

광교신도시 세입자 대책위 신동원 총무는 "12월까지 집을 비워달라고는 했지만 설마 경기지방공사가 우리를 엄동설한에 내쫓겠느냐는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11.15 부동산대책을 보고 나서는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게 돼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사철이 다 지난 10월이 넘어서 전세자금 대출을 시작해 놓고 12월까지 어떻게 모두 이사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세입자들이 버티겠다는 것도 아닌 만큼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