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WTO 가입은 중국보다 5년 늦었지요.

그러나 개방 속도는 중국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를 것입니다.

외국인이 자유롭게 베트남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이를 말해 줍니다."

하노이 시내에서 만난 유엔 안 툰 베트남 외국투자국 부국장(52·사진)은 베트남의 WTO 가입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WTO 가입으로 베트남 경제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투자국은 베트남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투자부(MPI) 산하로 외국인 투자 관련 실무를 전담하고 있는 부서.베트남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이 꼭 거쳐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툰 부국장은 "서방 기업들도 베트남의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행사의 하나로 16일 하노이에서 열렸던 베트남 투자설명회가 이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덱스 GM 삼성 등 1000여개 주요 해외 기업 CEO(최고경영자)급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며 "이는 향후 수년 내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들 것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비스 시장 개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많았던 은행 보험 통신 유통 등의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개방의 길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이 분야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유통 금융 물류 등 서비스 분야는 아직 외국인 투자의 발길이 닿지 않은 분야입니다.

한국 기업은 베트남 서비스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 기업들과 같은 출발선에 있으니까요."

툰 부국장은 베트남 진출의 또 다른 유망 분야로 공항 항만 도로 전력 등 SOC 건설 시장을 꼽았다.

"일본을 보십시오.일본은 하노이~호찌민을 잇는 고속도로 및 고속철도 공사에 ODA(정부개발원조)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베트남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어요.

한국은 그보다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예를 들면 발전소 항만 고속도로 등 단위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툰 부국장은 "포스코의 붕타오 제철소,금호타이어의 빈증성 타이어공장 등의 투자에 힘입어 한국은 올해 대(對)베트남 투자 1위국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 역시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의 투자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기업이 베트남 근로자의 문화와 사고,베트남 역사 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업체의 한국인들이 간혹 직원들을 무시,근로자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음을 의식한 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