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칭하는 말이다.

귀엽고, 순수하며, 마음까지 맑은 어린 숙녀.

관록 있는 안성기조차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데 이제 겨우 열아홉살인 문근영은 어떠할까.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 개봉을 앞두고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 문근영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숱한 고민과 함께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팬들의 기대는 고스란히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동안 그 짐을 지느라 괴로움을 피할 수 없었던 그는 이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힘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지혜를 터득한 듯했다.

"제가 원해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아이콘이 됐으면 덜 괴로웠을 거예요.

뻔뻔스럽게 말하자면 부모님께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교육받은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어찌하다 보니 '국민 여동생'이 돼 있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것보다 관심도의 깊이가 크다는 게 제겐 부담이었어요."

그를 괴롭혔던 건 사람들의 높은 기대치.

그는 "그만한 그릇이 안돼 가끔 힘들 때가 있었다"고 가벼운 한숨을 섞어 말하면서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털어내야죠"라고 말한다.

은근히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자꾸 상처받다 보니 오히려 어느 순간 편하게 사람들을 대한단다.

"배우로서는 작품으로 살게 되는 배우 인생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 문근영으로서의 인생도 중요해요.

학교에 가면 정말 편해요.

배우 문근영이 아닌, 친구 문근영으로 대해주니까요."

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인간 문근영의 인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고민도 상당해 보였다.

"연기하다 보면 제 인생은 없는 것 같고, 자꾸자꾸 '기생'한다는 생각이 들어 늘 아프고 늘 속상해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계속 아플 텐데. 그래서 사람이 더 단단해지고, 제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작품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열심히 배우고 쌓은 후 채운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안성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피는 꽃도 있고 지는 꽃도 있는데 제가 질 때 피는 꽃을 질투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안성기 선배님 보면서 '저렇게 꾸준히 한 길을 걷다 보니 피어보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다시 피어나기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저도 꾸준히, 열심히 한 길만 걷다보면 뭔가를 이루겠죠."

그러면서 그는 예의 밝은 표정으로 "왜 인생은 두 번 살 수 없는 거죠? 혹시 실패하면 다시 살면 좋으련만"이라며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그의 고민이 깊을수록 배우로서, 그의 소망대로 인간 문근영으로서 더욱 깊어지며 심지가 단단해질 터이니 '여동생'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도 커갈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