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仲秀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핵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4% 내외에 머물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보고 있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계속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5%대 초반 수준을 밑돌게 되는 것이다.

설비투자,건설투자,민간소비의 저조가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총수요의 부진보다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문제이며,이 문제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사라진 것 같아 걱정이다.

성장은 생산요소의 투입량과 효율적 운영에 달려 있다.

산업발전 초기단계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이 성장을 결정하겠으나,선진경제에서는 요소의 효율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상황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수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 졸업생 중 우수한 재원들이 의대나 법대로 진학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활동하는 산업은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문은 각종 정부의 규제가 난무하고 있고,국제경쟁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폐쇄된 산업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비효율적으로 비경쟁적 산업에 종사시키는 경제가 고성장을 달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을 개방하여 의료·법률산업이 부가가치 창출을 선도하도록 만들든지,아니면 우수한 인력을 이 부문에 배분하지 않는 것이 경제발전에 득(得)이 될 것이다.

둘째,교육평준화 정책의 폐해가 누적돼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기회와 번영,성장을 위한 경제전략"을 '해밀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발표했을 때,일각에서 현 정부의 동반정책과 궤(軌)를 같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며,세계적 수준의 공립학교와 대학에 중산층의 자녀들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우리의 평준화정책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개발도상 경제에서는 대량생산의 단순조립 가공이 필요하기에 평준화제도의 폐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고교졸업생의 85%가 대학에 진학하면서도,미국유학생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국민은 양질의 교육을 갈망하는데 평준화정책을 고집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사회정책의 확대가 경제발전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마치 부자가 더 부유해지기 때문에 빈자가 더 가난해지는 것으로 오도(誤導)해서는 안 된다.

물론 빈부격차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저성장산업의 인력과 자본을 고성장산업으로 이동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직업훈련 강화,근로기강 확립,혁신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가능한 한 다수의 인적자원을 고성장산업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부르는 것이며,이것이 바로 성장과 복지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제도와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인적·물적 자원들을 고성장산업으로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성장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과거에는 경제제일주의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경제정책에 최우선순위를 두었으며,국가의 자원을 경제발전에 집중시켰다.

물론 경제에 대한 자원의 과도한 집중이 정치·사회·문화의 발달을 더디게 하여 부문간 불균형을 초래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이 경제를 등한히 하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잠시 성장 못하게 되는 동안 경제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장기간 못살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 또는 우리 경쟁상대국보다 지속적으로 더 낮게 성장하는 것은 문제다.

미국,중국,일본경제 등 우리의 대외여건이 비교적 우호적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성장률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된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게 되므로 이는 심각한 과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면서 경제개혁정책에 대한 논의가 실종돼가는 현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