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의 노래''아,그 사람인가' 등 우리 귀에 친숙한 아리아로 유명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오페라이지만 1853년 이탈리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폐병으로 죽어가는 비련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맡은 소프라노가 너무 뚱뚱했기 때문이다.

노래는 잘했지만 극중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몸매가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 탓이다.

국립오페라단이 19~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에서 관객들은 여주인공 때문에 극중 몰입이 방해받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가장 '비올레타 다운 비올레타'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스테파냐 본파델리(39)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끄러운 음색에 수려한 외모,호리호리한 몸매까지 갖췄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의 비올레타로 불리기에 충분한 조건들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그녀는 "'비올레타'는 너무 과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소극적이서도 안 되는 어려운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욱 좋아하는 역이기도 하지요.

'비올레타'로 한국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게 돼 무척 기뻐요"라고 말했다.

본파델리의 말처럼 '비올레타'는 소프라노에게 가장 힘든 배역 중 하나로 꼽힌다.

역할 자체가 다양한 창법과 기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발랄한 레제로 소프라노에서 초절정 기교를 자랑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다시 서정적이고 우아한 느낌의 리릭 소프라노로 공연 내내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비평가들은 비올레타를 위해선 3명의 소프라노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베르디는 세 가지 소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래 잘하는 여가수 한 명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바리톤 김동규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는 그녀는 "한국 성악가들은 소리와 테크닉이 놀랄 만큼 뛰어나요.

오페라가 생활과 같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라 트라비아타'는 유럽 귀족 사회의 고급 창녀와 순수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로 초연 당시 파리 사교계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한국인을 아내로 둬 서툴지만 한국말도 제법 하는 그는 40편이 넘는 오페라의 악보를 모두 암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