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뜀박질하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안정대책이 약효를 내지 못하자 부동산 불안의 주범이 '일부 강남 투기꾼들의 일탈 행위'에서 '저금리'로 바뀌는 양상이다. 최근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에 실린 '무주택자가 듣고 싶어하는 희망메시지'도 저금리가 계속되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금리로 돈이 넘쳐나면 주택 등 자산가격이 오른다는 이론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변수에 비해 압도적이란 점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 특히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떨어지면 집없는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욕구가 커진다.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턱없이 낮고 실질 이자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집을 사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수단인 금리 카드를 빼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 운운하며 오만하고 섣부르게 정책의 실효성을 과신했던 현 정부가 빗나간 예측을 금리카드로 덧칠할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금리인상이 미치는 파장은 광범위하다. 한계기업과 빚이 많은 가정에 결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소비위축도 불가피하다. 집값 잡으려다 경제 시스템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다. 정부가 그동안 금리카드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리를 함부로 손댈 수 없다면 그야말로 부동산대책은 답이 없단 말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집값 문제를 포함한 경제 현상을 단선적·정태적으로 설명하려 들면 낭패를 보게 된다.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일부 지역에서 빚어진 투기꾼들의 일탈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하고 해법을 찾은 것은 엄청난 인식의 오류였다. '버블 세븐'을 정교한 세금 폭탄으로 공략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복잡한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한 조치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썼다면 어떻게든 기업투자 활성화를 유도했어야 했다. 저금리에도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린 게 작금의 현실이다.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실질금리를 올리는 방법은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에 쌓인 돈을 가계가 독식하는데 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린다고 집값이 안정되겠는가. 은행 돈을 쓰려는 주체들(가계 기업 공공부문) 간 경쟁은 자원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뿐더러 결과적으로 실질금리를 자연스럽게 높여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게 기업 투자활성화대책이고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논의다. 그런데 결론을 낼 시점에서는 논의 취지는 간데 없고 다시 지배구조 타령이니 공정위를 없애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기업 투자가 살면 경제도 살고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외통수에 몰려 금리인상론을 들고 나오는 정부 일각의 주장이 한심할 뿐이다.

이익원 경제부 차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