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게걸음 장세'를 이어온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 에너지없이 어느덧 코스피지수 1,380선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 4번의 도전 끝에 달성한 1,380선은 사상 최고점까지 올라왔던 미국 증시가 조금씩 조정국면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시기적인 '미스매칭'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상반기부터 증시 전문가들이 "하반기에는 풀릴 것"으로 낙관했던 대형 기술주와 자동차주들의 흐름이 신통치 못해 향후 증시가 1,380선을 상향 돌파하고 이른바 '산타 랠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그리 튼튼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 1,380선 회복, 내수주만의 잔치 = 코스피지수 1,380선 재점령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무엇보다도 역시 내수주의 독보적 흐름이다.

자동차와 일부 대형 기술주 중 일부에서 '실적충격'이 발생한 것과 달리, 상당수의 내수 대표주들이 3.4분기 어닝시즌에서 '깜짝 실적'을 기록하거나 최소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박스권 장세 돌파조짐이 엿보이던 지난달 하순에는 비록 '일시적일 가능성'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는 했지만 9월 경기선행지수가 8개월만에 상승 반전, 국내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수주들에는 가속력이 붙었다.

1,380선에 안착한 2일과 '수성'에 나선 3일 신세계[004170], LG생활건강[051900], KT[03020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대표 내수주들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역시 국내 주택경기에 민감한 대우건설[047040], 국내 가스공급을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036460], 가스 판매업체 대성산업[005620]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들의 선전과 달리, 시장의 '거인'인 대형 기술주와 자동차주의 주가는 현 코스피지수가 1,380선인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지난달 3.4분기 실적발표를 전후해 65만원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삼성전자[005930]는 61만원대를 헤매고 있고 LG필립스LCD[034220]는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인해 지금껏 3만원대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려있다.

미국시장에서 판매부진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보이면서 현대차[005380]도 3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전날보다 1.34% 밀리며 7만3천900원까지 후퇴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전형적인 개별종목 장세가 연출되면서 본격적인 수익률 게임에 접어든 듯 하다"며 "특히 IT업종이 아직까지 의미있는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내수주와 같은 모멘텀이 부각된 주식군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IT.자동차 없이는 1,450 못간다 = 연말이 다가오면서 랠리의 단초를 제공해야 할 대형 기술주들이 3.4분기 실적발표 전 주가도 유지하기 힘든 이유는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원화 강세와 내년 상반기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수급에 대한 우려, 그리고 수급면에서는 외국인들의 지칠 줄 모르는 매도공세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이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전기.전자업종에서 '팔자'로 일관, 전날까지 1조6천5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6년8개월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 역시 뚜렷한 실적 반전 모멘텀을 형성하지 못한 채 외국인 지분율이 3개월째 41%대에서 고착돼있다.

시장의 심리적 원군인 해외 증시 동향도 그리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지 못하다.

지난달 26일 12,163선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던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5일 연속 내리며 2일(현지시간)에는 12,018선까지 후퇴, 다시 12,000선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삼성증권 안태강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의 조정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의 상승이 제약된다는 점, 추가 반등을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IT주의 반등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코스피지수가 곧바로 1,450선으로 달려갈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