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ㆍ이탈리아ㆍ미국 와인 고르기 >

와인의 달 11월이 찾아왔다.

떨어지는 붉은 낙엽과 함께 찾아온 쓸쓸함을 진한 루비빛의 와인 한 잔으로 털어버리면 어떨까.

올 가을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참조할 만한 간략한 와인 선택법을 프랑스,이탈리아,미국 와인 중심으로 소개한다.

◆A.O.C. 와인이면 품질 좋은 프랑스 와인

프랑스 와인에서 괜찮은 상품을 선택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A.O.C.(Appellation+지명+Contro^lle'e) 표시가 라벨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프랑스의 고급 와인은 법으로 정해진 포도 품종과 재배 및 양조 방법을 따라 엄격하게 만들어지는데 A.O.C.와인은 네 가지 등급 중 최상품을 말한다.

A.O.C 와인 중에서도 포도원과 빈티지(와인 수확 연도)에 따라 2만∼3만원대에서부터 수백만원까지 가격차가 크지만 크게 격식을 차려야 할 필요가 없는 자리라면 3만∼5만원대 와인이면 무난하다.

A.O.C 와인 중에서 어떤 게 유명 샤토(포도원)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라벨에 적혀 있는 산지면을 살펴봐야 한다.

보르도 와인의 경우 '도(道) 단위일수록 격이 낮고 마을 단위일수록 격이 높다'는 게 간단한 원칙이다.

산지명이 '보르도(Bordeaux)'라고 쓰여 있는 것보다는 '마고(Margaux)'처럼 구체적인 마을 단위가 명시돼야 훨씬 비싸다는 얘기다.

보르도와 함께 대표적인 와인 주산지인 부르고뉴 와인은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e)','그랑 크뤼 클라세','프리미에 크뤼','크뤼' 등 네 가지로 등급이 나뉘어 라벨에 표시돼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병목에 핑크색 띠를 확인

이탈리아 와인에도 D.O.C.G.(Denominiza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를 최상등급으로 하는 네 가지 등급체계가 존재한다.

D.O.C.G.와인은 토스카나 키안티 등 14개 지역에서만 생산하는데,병목 또는 병 입구에 핑크색 종이띠가 붙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에는 가끔 노란색도 붙어 있다.

D.O.C.G.와인 정도면 이탈리아 와인의 풍미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최고 품질의 와인을 원한다면 '수퍼 토스칸(Super Tuscan)'이라 불리는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이들 와인은 일반적인 등급체계에서 벗어난 것들로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 제조사들이 이탈리아 와인을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만든 와인들이다.

사시카이야 오넬라이아 솔라이야 등이 대표적이다.

토스카나 옆의 마르케(Marche) 지역에서 제조하는 '펠라고(Pelago)'도 마찬가지 와인이다.

이 밖에 리제르바(riserva)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규정보다 1년 이상 더 숙성시킨 와인을,수퍼리오레(superiore)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알코올 도수가 1%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AVA 표시 있으면 고가 미국 와인

미국은 1978년에 지리적,기후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포도 재배의 원산지를 통제하는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s)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AVA 명칭을 사용하려면 포도의 98%가 해당 지역에서 수확돼야 한다.

'California AVA' 'Napa AVA' 'Stag's Leap District AVA' 등 지역명을 표시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의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를 비롯해 소노마,산후아킨 밸리가 대표적인 산지인데 최근엔 워싱턴,오리건,뉴욕주 등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새로운 포도재배 지역(AVA)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은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제네릭 와인(Generic·일반 와인)으로 분류하는데 보통 생산 지역과 관계없이 이름을 명명한다.

특별한 규제가 없는 탓에 프랑스의 유명 산지인 샤블리(Chablis)나 보졸레(Beaujolais) 등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수퍼 토스칸'처럼 생산량은 극히 소량이며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 미국에도 있는데 이를 '컬트 와인(cult wine)'이라 부른다.

예컨대 규모와 생산량 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델리카토'에서 만든 'Vine Select(바인 셀렉트)'가 대표적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도움말=김준철 JC와인스쿨 원장 허동조 레뱅드메일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