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식자재 생활용품 등 생필품을 중국산 저가품에 의존해온 국내 경제에 '중국발 인플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과열 경기 억제 조치와 위안화 가치 절상,이에 따른 중국 내 생산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중국산 주요 수입품의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따라서는 최고 37%(알루미늄 제품군)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중국산 수입 상품의 가격 상승세는 특히 서민들이 주로 구입하는 생필품 분야에서 가파른 속도를 내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여성복을 팔고 있는 소매상 고민주씨(45)는 이번 가을 중국산 블라우스 가격을 지난해보다 20% 올려 한 벌당 3만원에 팔고 있다.

도매상으로부터 넘겨 받는 블라우스의 원가가 2만8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지난해(2만원)보다 40%나 치솟았다.

고씨는 "그나마 판매 마진을 줄여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지만 단골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에서 액세서리를 제조,국내에 들여와 팔고 있는 한 남대문시장 상인은 "작년 말부터 중국 거래처의 공장 직원 월급이 1200위안(한화 약 14만5300원)으로 400위안이나 올랐다"며 "이에 따른 수입원가 상승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액세서리 판매가격을 최근 10%가량 올려 받기 시작했다.

중국음식점 아서원도 중국산 일회용 나무젓가락 가격이 급등하자 최근 나무젓가락 대신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쓰기 시작했다.

중국산 나무젓가락은 지난해까지 세 박스(1만2000개)에 4만원 정도 했으나 최근 4만5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천원숍과 대형 마트(할인점) 등도 더 이상 중국산으로는 가격 메리트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을 1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천원숍' 다이소는 지난해까지 한국 매장 공급 물량의 35% 정도를 차지하던 중국산 비중을 올 하반기 들어 30%로 줄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대체 수입처를 넓혀 나가고 있다.

중국산 나무젓가락,면봉,물컵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최고 40%까지 치솟아 더 이상 1000원 가격에 맞춰 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도 중국산 조명기구,수납장 등 생활용품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양태경 이마트 해외상품팀 대리는 "가격 메리트에 의존해 판매해온 품목들을 중국 이외 지역에서 아웃소싱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