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진출에서 정체국면..북핵까지 겹쳐 좌초위기

북한의 핵 실험 강행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불안이 고조되면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걸어온 대북경협사업이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대북사업은 1998년 금강산관광 성사에 이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활발히 전개되는 듯 했으나 이후 미국 부시 정부 출범과 '대북송금' 특검사건 등의 여파로 정체 국면에 빠져들었고 이번 북 핵실험의 여파까지 가세, 사업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전자, 의류, 생활용품 등 일부 업종에서는 한때 경쟁적인 북한 진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유야무야된 상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대북경협사업의 초창기 주역인 현대상선은 북한 사업에 이제는 손을 놓았다.

98년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될 당시 크루즈선인 '금강호'를 운영하던 곳이 바로 현대상선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장전항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적자만 낸 채 북한 진출 3년만인 2001년 7월, 계열사인 현대아산에 모든 대북사업을 넘기고 철수했다.

지금도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지만 대북사업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01년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시작돼 대북사업을 현대아산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제는 해운회사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뿐 대북사업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선두인 삼성그룹은 90년대 중반부터 의류와 TV, 전화기 등을 북한에서 임가공 형태로 제조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대북사업의 명맥만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임가공 수수료 기준으로 사업규모가 연간 20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은 북한과 이뤄지는 기업계약이 국제원칙을 따른다는 대전제 아래 통화의 자유로운 이전, 통행의 자유 확보, 자유로운 통신 등 이른바 '3통(通)'이 확보돼야 대북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대북사업은 초기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대북사업은 LG상사와 LG전자가 주축이었다.

LG상사는 99년 대북사업에서 970만달러 규모의 물자교역과 422만달러 규모의 위탁가공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사업 기록을 찾는 일조차 힘들 만큼 '잊혀진 시절'이 되고 말았다.

LG전자는 96년부터 지금까지 평양 인근 '대동강TV'에서 임가공 형태로 연간 2만대 가량의 평면 브라운관TV를 생산하고 있으나, 최근 북핵 사태의 여파로 내년도 물량을 추가 계약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이 2000년초 북한 일부 지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폐기'한 경우.
이밖에 중견기업인 평화자동차는 북한에서 내수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비교적 활발히 대북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나 이번 북핵사태로 인해 기로에 섰다.

평화자동차는 북한의 조선민흥총회사와 합영기업인 평화자동차총회사를 설립, 2002년 4월 남포에 연산 1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완공한 뒤 현재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시에로'를 모델로 한 승용차 `휘파람'과 미니 밴 `뻐꾸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평양시 보통강 주변에 세계평화센터를 건설중인데, 70% 가량의 공정이 진행된 현재 만약 남북교류가 중단돼 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자칫 공사가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회사와 평화센터 건립 등에 20여명의 남측 인력이 나가있는 상태"라며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남측 인력의 안전귀환 대책과 향후 업무대책을 수립해 놓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