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임학동에 사는 최경옥씨(33)에겐 최근 겹경사가 생겼다.

산모 도우미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 '이모작' 인생을 시작한 데다 한꺼번에 여동생과 조카까지 얻어서다.

최씨가 요즘 출근하는 '직장'은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조그만 빌라.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산모 김수미씨(29)와 갓 태어난 효은이를 돌보는 게 그의 업무다.

최씨는 출근하자마자 효은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산모 아침 식사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집안 청소와 효은이 목욕은 물론 모유가 잘 나오도록 산모의 가슴을 마사지 해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최씨는 남편과 함께 자동차 용품 사업에 나섰다가 큰 빚까지 떠안고 사업을 접는 아픔을 겪었다.

특별한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던 그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였다.

그런 그에게 삼성생명이 시작한 '산모 도우미 사업'은 가뭄의 단비였다.

가계에 보탬을 주는 동시에 일하는 보람까지 얻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삼성생명이 30억원을 들여 9월부터 벌이고 있는 '산모 도우미제도'는 산후조리를 도와줄 가족이 없는 저소득층 산모에게 산모 도우미를 무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비추미산모사랑봉사단'의 산모 도우미들이 올해 전국의 저소득층 산모 2700명을 찾아 산후조리를 돕게 된다.

산모 김씨가 삼성생명의 '비추미산모사랑봉사단'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은 산후조리에 엄두가 나질 않아서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스튜어디스.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만난 현재의 남편 이대경씨(41)를 위해 꿈을 접었다.

7차례나 소아마비 수술을 받은 이씨의 곁엔 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친정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7년 5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신혼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4년 12월 김씨의 친정어머니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뒤 이듬해엔 남편마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쓰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효은이가 뱃속에 들어섰다.

양육할 자신이 없어 포기할 결심도 했지만 새 생명을 지울 순 없었다.

"친청어머니처럼 다 챙겨주는 경옥 언니(최씨) 덕택에 몸 회복도 빨라요.

도움을 받는 것도 기쁨이지만 평생을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언니를 얻은 것은 더 큰 행복입니다."

'정들자 이별'이란 말처럼 이들도 이별을 앞두고 있다.

최씨가 2주간 김씨의 출산 도우미 역할을 끝내고 다른 산모를 돕기 위해 곧 떠나기 때문이다.

최씨는 벌써부터 마음이 착잡해지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

낳은 정 못지 않게 기른 정도 깊기 때문이다.

"효은이가 보고 싶을 때는 가끔씩 들릴 겁니다.

백일이나 돌에도 꼭 참석해 효은이의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