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턱밑으로 다가왔다.

'대목' 경기가 실종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다.

힘겨운 세상살이지만 주위를 돌아보고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는다면 명절은 한층 훈훈해지게 마련이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이달 초부터 선물 예약판매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주 들어 본격적으로 매장에 선물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여름철 비수기에 고전을 면치 못한 매출 부진을 한꺼번에 털어버리겠다는 듯 풍성한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물을 받는 사람에 따른 맞춤형 선물세트가 대거 등장한 게 올해 선물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다.

또 가격대와 품목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경기 침체로 가벼워진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특정 선물세트를 몇개 이상 사면 덤으로 상품을 더 얹어주는 '덤 마케팅'도 유행하고 있다.

잘만 고르면 '대목 바가지'를 뒤집어 쓰는 대신 '알뜰 쇼핑'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체 등의 단체주문을 제외하고 아직 본격적인 매기는 없는 편이다.

업계는 이번 주말부터는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올해도 5만~10만원대의 실속 선물들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먹거리에 대한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식품과 '웰빙' 선물세트의 인기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은 전통적인 식용유를 대체하는 올리브유와 포도씨기름 세트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려 준비했다.

CJ,동원F&B,샘표식품 등은 올리브유가 포함된 2만~5만원대의 선물세트를 대거 내놓았다.

대상은 노인들에게 선물하기에 적합한 건강기능식품을 주로 선보였으며 한성기업은 프리미엄급 젖갈과 참치 제품 등을 61종이나 내놨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올 추석 때 선물상품 매출이 지난해 대목 때보다 10% 안팎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물 가격은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면 크게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굴비 가격은 지난해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반면 과일과 갈비 등의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굴비의 경우 알배기 굴비가 어획량 감소로 산지 시세가 이미 30%가량 오른 상태다.

청과 선물세트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는 출하 물량이 풍부해 가격이 지난 해보다 최고 10% 떨어졌다.

사과는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이 좋아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주요 백화점들은 한우·갈비세트,사과·배세트,홍삼 선물세트나 와인세트 등이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고소득층을 겨냥해 85만원짜리 명품한우 '수(秀)세트'(롯데),500만원짜리 '베스트 와인 컬렉션'(현대)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대형 마트(할인점)들도 올 추석 선물을 지난해보다 15~30% 늘려 준비했다.

가장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하는 선물은 생활용품세트와 가공식품세트.구성 상품이 생필품인 데다 가격도 1만~5만원대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들은 그러나 중·고가 제품을 간판상품으로 내놓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GAP인증 청과세트'를 간판 상품으로 내놨다.

사과와 배는 4만원대 제품으로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됐다.

홈플러스는 보리사료를 먹여 키운 한우고기인 '으뜸선 한우'를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가격은 27만~31만원 선으로 백화점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20만원대의 한우세트를 선보였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갑수 상무는 "알뜰 실속형 선물에서 고가 프리미엄 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라인의 선물을 골고루 준비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추석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과,배,곶감 등이 충분히 시장에 공급돼 가격이 하향 안정세"라고 덧붙였다.

생활용품업체들은 선물하는 용도에 맞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품구색을 맞췄다.

아모레퍼시픽은 가을과 겨울철에 딱 어울리는 '해피바스 리페어세트'를,LG생활건강은 아로마 테라피 효과가 있는 '세이 바디 케어세트'를 선보였다.

추석선물을 살 때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카드테크'다.

신용카드회사들이 추석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나서 할인혜택은 물론 운이 좋으면 경품이나 추첨을 통해 뜻밖의 행운을 안을 수도 있다.

카드로 결제할 때는 꼭 추석 이벤트를 챙겨보는 게 좋다.

한편 길어진 추석 연휴 때문에 언제 선물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택배업체들의 조언을 종합해보면 '마지노선'을 27일로 잡는 게 좋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많아 27일 이후엔 자칫 원하는 날짜에 못 보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