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14일 (한국시간 15일) 6자회담 재개 및 진전을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북핵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룬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포지티브한 내용이다.

양 정상은 특히 이 방안을 추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세부 내용은 추후 외교라인의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합의사항은 송민순(宋旻淳) 안보실장의 사전 브리핑에서도 예고됐다.

송 실장은 이번 회담의 주 의제가 6자회담의 재개방안에 대한 논의라고 강조하면서 "6자 회담을 재개하고, 북핵문제 논의를 재개해서, 9.19 공동성명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행시켜가기 위한 '공동의 조치'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은 당초 새로운 성과물을 내놓기 보다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낮은 수준의 합의'만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양 정상이 원론적 수준의 합의를 넘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이라는 가시적인 실행 플랜을 만들기로 함으로써, 구체적 내용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복원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선(先) 금융제재 해제, 후(後) 6자회담 복귀'라는 북한과 '선(先) 6자회담 복귀, 후(後) 금융제재 등 현안 논의'라는 미국측 입장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선에서의 절충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북미 양자대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대북제재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정부가 향후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대북 제재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주로 다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 중인 대북 금융제재나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이행과는 별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공동의 '외교적 노력'을 병행한다는데 양 정장이 머리를 맞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대북제재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고, 외교적 차원의 '창의적 해법'도 마련돼야 한다는 한국측의 입장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대신 노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에게 유엔 회원국들의 이행 의무사항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1695호)의 이행 약속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안은 이행돼야 하며, 한국 정부도 이를 이행하고 있고, 이행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마카오 은행 등 대북 금융제재입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국의 법 집행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스케줄에 '반대한다'거나 '완화해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 대신에,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선에서 한미 양국의 절충점이 마련된 셈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은 그간 양국 고위급 실무 라인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해왔고, 전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 송민순 실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간의 '2+2' 회동에서 최종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모멘텀이 이뤄져야 한다는 양국 외교 라인의 의견이 일치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추진 중인 대북제재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지만, '창의적 해법' 마련을 위한 한미 양국간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됨으로써 북한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대북 압박쪽으로 급격히 선회하는 국제사회 분위기를 바로잡는 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추후 한미 양국의 고위급 외교관들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마련하게 될 '공동의 조치'의 세부적 내용과 북한의 반응이 북핵 교착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를 가름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성기홍 김재현 기자 cbr@yna.co.krsgh@yna.co.kr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