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내 면세점들이 영국 항공테러 미수사건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주류와 화장품 등을 갖고 미국행(괌 사이판 등 미국령 포함)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면서 면세점들은 벌써부터 매출 급락으로 울상짓고 있다.

이에 반해 항공업계는 항공기 내 면세품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인천공항공사와 항공업계 및 면세점에 따르면 광복절(15일)을 낀 징검다리 연휴와 막바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공항 이용객들은 크게 늘었으나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평소보다 10∼1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 애경면세점 등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 12일 공항 사상 처음으로 하루 출·입국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용객이 급증함에 따라 매출을 평소보다 20∼30% 상향 조정하는 등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보안검색 강화로 11일부터 미국행(미국령 포함) 승객에 대해 액체 및 젤류 등의 기내 휴대반입이 금지됨에 따라 롯데,애경,한국관광공사,DFS 등이 운영하는 공항 내 면세점의 매출이 13일부터 뚝 떨어지고 있다.

전체 승객의 12%를 차지하는 미국과 미국령인 하와이,괌,사이판행 승객들이 면세점의 주요 판매 품목인 향수,화장품,양주 등의 구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롯데 애경 등 공항 내 4개 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23억원으로,이 중 화장품 향수 양주 등이 40%가량 차지한다.

지난해 성수기의 경우 하루 평균 13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롯데면세점은 지난 13일 실제 135만달러어치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롯데 측은 성수기 기간 중 연 평균 매출이 20∼30%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올 성수기 매출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는 당초 이날 매출 목표를 150만달러로 잡아놓고 있었다.

이형국 롯데면세점 과장은 "고가품인 향수와 영양크림,로숀,스킨,선크림 등의 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들 품목의 기내 반입 금지로 최고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매출이 약 10∼15%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양주 등 주류를 주로 판매하는 한국관광공사와 애경 면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경면세점은 올 성수기에 주류 판매 매출을 하루 9만달러 정도 예상했지만 13일 매출은 7만달러에 그쳤다.

전체 매출은 10% 가량 줄어들었다.

한국관광공사면세점도 13일 주류의 경우 13만5000여달러어치를 판매하는 데 그쳐 하루 평균 매출 18만6000달러보다 30% 정도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내 면세점은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대한항공 KE017편으로 오후 3시30분 미국 LA로 출발한 김창혁씨(36)는 "보안검색대에서 미국행 승객에 대한 휴대품 검사를 철저히 하느라 평소보다 20분 정도 지연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며 "면세점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못 샀는데 기내에서 향수와 술 등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항공사 관계자는 기내 반입금지 품목에 대한 홍보에도 불구,아직도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면세점에서 주류와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형배 대한항공 홍보과장은 "괌 여행객 중 상당수가 괌이 미국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면세점에서 향수 등을 사는 바람에 탑승구에서 많이 적발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탑승구 등에서 적발한 화장품 향수 등을 일단 수거,화물칸에 실어보낸 후 목적지 공항에서 승객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