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오찬 회동은 당청 간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을 봉합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표명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불가론' 등으로 당·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열린 만큼 더 이상의 파열음을 내서는 안 된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김근태 의장은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이 법무장관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의견이 "언론에 공개되는 방식으로 청와대에 전달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노 대통령도 오찬 도중 수차례에 걸쳐 "(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말해 당의 불만을 다독거렸다.

우상호 당 대변인은 이날 모임에 대해 "결과적으로 잘됐다.

시작할 때는 긴장했는데 끝날 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45분여간 진행된 오찬은 외견상 추후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정·청 간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고유 권한임을 명백히 하되 대통령도 당의 조언과 건의를 경청하겠다는 절충형 결론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의 봉합은 '아직은'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청 간의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우선 이날 회동에서 문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가 전개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불만이 있더라도 받아들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청하겠다"는 표현 역시 "수용하겠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다.

당·정·청 협의기구를 만들어 당의 불만을 흡수할 통로를 만들겠다는 합의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11인회와 같은 비공식적이지만 당·청 간 논의의 틀은 이전에도 있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도 "의사소통을 위한 틀이지 인사를 위한 논의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합의는 아직은 서로 결별할 시점이 아니라는 당청 간의 암묵적 합의에 따른 '불안한 동거'를 한동안 연장하는 정도의 의미가 강하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국방·사법개혁 등을 위한 여당의 도움이 필요하고 당 역시 당권이나 대선 후보에 대한 준비없이 청와대와 결별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준비가 아직은 안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 주변서는 "결별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