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거에 들어간 김 옥씨가 퍼스트레이디로 전면 부상하면서 김씨를 둘러싼 새로운 권력 내 역학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20대부터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북한 전문가들은 일단 권력승계가 늦춰지면서 후계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김 위원장 아들은 셋째 부인 고(故) 고영희씨가 낳은 차남 정철과 3남 정운이다.

하지만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한 김 옥씨 입장에서는 일찌감치 전 부인의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로 지정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후계자 선정을 최대한 늦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문제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는 것도 김씨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안팎의 상황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당 창건 60주년을 맞아 권력승계를 포함한 북한 내 체제변화가 점쳐졌으나 아무런 '조치'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어려운 경제사정 및 미사일·핵문제 등으로 미·일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은 권력중심의 이동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후계자 문제는 북한 내부의 우선순위에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4세인 김 위원장의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본격적인 후계구도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북한 내 권력지도가 김씨의 발언권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높아지고 있는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군사담당) 부부장이 김씨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황 부부장은 올 상반기 71회에 걸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중 단독 수행 20회를 포함,총 48회에 걸쳐 김 위원장을 수행했으며 이는 김씨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씨는 지난해 말 복귀한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의 변화는 없더라도 향후 권력기반 변화에 김씨가 어떤 형태로든 입김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