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아니지만 언제든 대선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군인 이른바.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특히 5.31 지방선거 참패후 여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던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의 `낙마'로 무주공산이나 진배 없는 상황이 돼 버린 여당내에서 이들 예비 대권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리더십 상실의 위기에 휩싸여 있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내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슬며시 몸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켠 인물은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이다.

그는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이달 말께 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명목상 이유는 "창당 주역으로서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의 복귀 자체가 사실상 대권행보의 신호탄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측근은 "당을 살리고 범민주진영의 동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도 "그러나 리더십 공백상태가 계속될 경우,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전남 목포가 고향인 천 장관은 당내 일각의 `호남 후보 필패론'에 대한 대응논리도 개발중이다.

이 측근은 "노대통령 당선 이후 영남 지역의 지역정서가 완화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영남에서 25% 정도의 득표를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복귀 직후인 내달 초께 자신의 연구소인 `동북아전략연구원' 이전 개소식을 갖고 사실상 준(準)대선캠프 성격으로 확대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 장관이 `호남 적자'를 자임하고 나섰다면, 영남쪽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는 김혁규(金爀珪) 전 최고위원이 움직이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최근 부산.경남 지역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갖고 있고, 이들로부터 적극적인 출마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쟁상대였던 김두관(金斗官) 전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와중에 `정동영 의장 탈당'을 주장하면서 당내에서 고립되고 정치적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자신이 유일한 영남권 후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 자신도 `차기 출마' 입장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자임해온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도 빼 놓을 수 없는 잠룡그룹의 일원이다.

그는 최근 장관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인사들은 그를 `대선후보 경선 마당이 펼쳐지면 기꺼이 참여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 재편의 와중에서 열린우리당이 분화될 경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는 정파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부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직후 당 원내대표와 의장을 겸임하면서 온화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그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통합적인 인물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 장관은 섣불리 몸을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는 "아직 당에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연초께 당에 복귀할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건 심각한 고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여당 지지층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역시 주시 대상이다.

그는 특히 선거막판 72시간 불면 유세를 통해 강인함을 과시했고, 선거운동 기간 함께 했던 여당 의원들로부터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있는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여권내에서 `제3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등도 범여권의 잠룡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 '정치권과 거리두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예측불허의 대선 국면속에서 이들이 어떤 변신을 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