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세상이라고 한다.

'여풍(女風)이 거세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여성 총리에 당 대표 두 명이 여성이고,외무고시는 여성합격자가 절반을 넘으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목소리가 커진 건 틀림없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7,9급 공채에선 여성이 50.5%를 차지해 여성공무원이 전체의 26.5%가 됐다.

국내 10대 그룹 직원은 재작년보다 8.6% 늘어났으나 남성은 4%,여성은 31% 가까이 증가해 여성이 전체의 20%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시험으로 뽑는 곳은 여성이 휩쓸어 남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기관이고 기업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지난해 4월 국내 10대 그룹 임원 3982명 중 여성은 29명으로 0.73%에 불과했다(현대경제연구원).삼성전자만 해도 전체 여성은 30%가 넘는데 이사 이상은 단 한 명이다.

정부기관의 경우 5급 이상 비율을 높이기 위해 애쓴 결과가 8.4%고,지방자치단체는 5%대에 머물러 있다.

여성간부가 이토록 적은 첫째 요인으론 과거엔 여직원 자체가 많지 않았고,출산ㆍ육아 부담으로 하차하는 수가 흔했다는 게 꼽힌다.

남성이 대리나 과장으로 승진할 때쯤 혹은 애써 관리자가 된 뒤에도 여성은 퇴직이 잦았다는 얘기다.

실은 여성에게 승진과 거리가 먼 단순업무를 맡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 때문에 여성들이 퇴직을 강요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어느 것이나 개연성을 지닌다.

아이를 맡아줄 곳이 없으면 출근이 불가능하고,기혼여성이 남녀 공히 밤낮과 공사를 가리지 않고 일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를 감당하기는 실로 간단하지 않고,여성의 직군을 승진과 무관한 틀에 묶어두는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의 한 가지로 "혼자서는 무슨 일이든 잘하는데 조직이 원하는 관리자가 되기엔 2% 부족한 수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업무 수행능력은 탁월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위험부담이 큰 일을 꺼리는 등 리더십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성리더십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건 이런 까닭이다.

여성리더십의 경우 근본적으론 남성의 리더십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드리엔 멘델은 여자들의 경우 남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비즈니스라는 게임의 룰을 잘 모른다며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유능한 척 행동하고,강한 척하고,시합이 재미없어도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시합중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공격적이 되고,필요하면 싸우고,팀의 일원임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또 컨설턴트 캐롤 갤러허와 수잔 골란트는 '유리천장 통과하기'라는 책을 통해 전문직 여성으로 승부하려면 "완벽주의를 버리고,모험을 하고,전략적으로 움직이고,제휴관계를 형성하고,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고,굳이 남자처럼 굴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결론지었다.

요약하면 여성리더십의 요체는 바로 이렇다.

'실수에 매달리지 말고,스스로를 한계짓지 말고,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기고,서비스정신을 갖고,필요한 동시에 매력도 있는 사람,따뜻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라'는 게 그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