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정안은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자본시장 내에서도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선물회사 종금사 등으로 나뉘어져 있던 업무영역이 통합돼 금융투자회사가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면 업계에선 덩치 키우기를 위한 이합집산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많다.

당장 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풀려 더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고객보호도 강화된다.

◆ 대형IB 출현 가능해져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 기존의 증권사 선물사 자산운용사 등이 나눠 맡고 있던 증권매매와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을 모두 겸영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금융투자회사는 은행 예금이나 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상품은 모두 취급하게 된다.

그 경우 증권업계는 일대 재편이 불가피하다.

큰 증권사들이 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신탁회사 등을 인수 합병해 금융투자회사로의 변신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엔 50여개 증권사와 40여개 자산운용사,10여개 선물회사들이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10개 정도의 증권사가 금융투자회사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결국 앞으로 4~5개 금융투자회사가 경합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어쨌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인수 합병을 통해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탈바꿈하면 한국판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IB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산업은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회사 등 3대 축으로 확실히 구분되게 된다.

◆ 규제 풀되 고객보호는 강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고객에게 팔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뀐다.

현재 금융투자상품은 주식 채권 선물과 유가증권 통화 신용위험 등 법에 명시된 기초자산만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이 전부였다.

그러나 포괄주의가 도입되면 실업률 등 거시경제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권,날씨 등 자연과 환경 등 상상이 가능한 모든 대상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이 선 보일 수 있다.

당연히 파생상품시장은 급성장할 수 있다.

또 어떤 자산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무제한 혼합자산펀드'도 허용된다.

이에 따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대상을 증권→부동산→실물자산→증권 등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펀드도 출현할 전망이다.

금융투자회사의 계좌만으로 카드대금 결제와 송금 입금 등 모든 금융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반면 투자자 보호는 한층 강화된다.

금융투자회사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상품을 권유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투자자로부터 확인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특히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중요 사항을 허위로 설명해 손해를 끼칠 경우 금융투자회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