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박주영씨(35)의 장편소설 '백수생활 백서'(민음사)가 출간됐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1년에 최소 300권에서 700권 정도의 책을 읽는' 28세 여성(서연)의 이야기다.

그녀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나 지식인,혹은 다른 그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목적이다.

말하자면 서연은 21세기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일하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으며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물이다.

'오래 전 쇼핑몰에 있는 카트를 끌고 서점의 책을 쓸어 담는 것이 꿈이었던' 서연은 스스로 백수이고 싶은 '자발적' 백수다.

그녀는 일종의 프리터족(자유롭게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만큼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

때때로 일하러 나가는 유일한 이유는 책값을 벌기 위해서다.

절판된 책들까지 소유하고 싶던 서연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팔기로 한 남자와 접촉하게 된다.

사랑에 실패한 남자는 옛사랑의 기억을 팔아버리듯 서연에게 과거의 애인이 남긴 책들을 팔겠다고 한다.

서연은 남자의 책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남자의 '실연 복수극'에 동참하기로 한다.

약간은 식물적이고 수동적인 서연과 활기를 불어넣는 주변 인물들 간의 필연적인 만남과 대화,사건들은 웃음과 동시에 진한 페이소스를 남기며 독자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그 자체로 불후의 도서관인 소설,그 옆에 영화관이 있는 소설,그 속에서 자족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 있기에 이 작품은 21세기적 유토피아 소설'이다.

오래 전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가 즐거운 놀이였다는 박씨의 책과 글에 대한 생각은 '작가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읽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많은 자유가 있었고,나는 그 자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고 그는 썼다.

박씨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