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來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지난 26일 CJ푸드시스템은 이번 대규모 식중독 사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각 학교에 투자한 약 220억원 상당의 급식 시설을 해당 학교에 무상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또 급식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관련 메뉴 및 조리 기법 등을 이전하고,학교급식 직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영양사를 상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위탁급식(委託給食)이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으며 직영급식만이 옳은 방안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만 보아도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 발생이 직영보다는 위탁에서 훨씬 많다.

그러나 직영급식이 최선이고,위탁급식은 급식사고의 온상인 것처럼 예단(豫斷)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는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의 장점을 활용해 바람직한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직영급식의 장점은 학교장 책임 아래 급식을 직접 운영하므로 보다 책무성이 강하다는 점,인건비 및 운영비를 교육당국에서 부담하므로 학부모 부담 급식비가 절감되는 점 등이다.

그러나 직영급식의 단점은 급식운영의 경직화,그리고 급식시설 설비의 확충과 급식 인력배치에 따른 교육재정부담 증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위탁급식의 장점은 학생과 학부모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민자유치를 통한 교육재정부담의 경감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위탁급식의 단점은 업체의 이윤추구로 급식의 질이 저하될 수 있으며,식생활지도의 교육적 연계가 직영보다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만약 이번 사태의 개선책으로 학교급식이 직영화로 발빠르게 전환된다면,교육재정 부담의 증가와 서울특별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학교급식시설 및 설비를 확충할 공간 확보 문제가 당장 드러나게 된다.

일부 단체들이 꾸준히 주장하는 학교급식의 전면 직영화는 북구형(北歐型)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면 잔여적(殘餘的) 복지로 분류되는 영미형 복지제도는 모든 것을 국가나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틀 속에서 유연한 운영형태를 유지하려 한다.

재정부담이 덜 하면서 철저한 안전망을 구축한 학교급식체제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학교급식은 위생·영양 측면에서 철저한 공적 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학교의 직영급식을 지양하고 위탁급식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일본의 학교급식법은 위탁급식의 경우에도 급식시설설비비 및 유지비를 학교설립자 부담 원칙과 '학교급식후원회' 설치를 명기해 놓고 있다.

즉 위탁급식을 확대하면서 최소한 재정으로 급식 안전을 확보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첫째,위탁급식의 문제점에 대한 최선책이 직영급식의 전환 및 확대라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영급식의 확대전환은 재정증가라는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둘째,직영과 위탁 두 가지가 병존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운영체제를 모색하는 일이다.

직영급식 학교는 직영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운영방안과 위탁업체가 제공하는 운영체제를 연구함으로써 경비절감을 위해 노력하고,위탁급식 학교는 위탁의 장점을 살리면서 학교급식에 대한 책무성과 안전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급식업체가 이윤보다는 학교급식의 본래취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제감면,전기사용료 인하 등과 같은 행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CJ푸드시스템이 학교급식에서 완전히 손떼겠다는 결정은 사회적 책임 말고 경영상의 이유도 있다.

끝으로 수입육 사용금지,무상급식 전면실현과 같이 비현실적인 정치 선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급식 문제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차분하게 검토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