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컬렉션을 시작할 수 있는 판화가 주목받고 있다.

종종 판화는 한 장르로 인정되기보다 원화를 단순히 복제한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판화는 서구 미술계에서는 자신의 고유 영역을 가지고 있는 미술의 한 장르로서 예술가와 소장가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작가에게 판화는 다양한 시도로 재미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르다.

또한 다량 제작하여 대중에게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미술 장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판화에 매력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판화는 판의 형식,재료 제판 기법에 따라 볼록판,오목판,평판,공판으로 나뉜다.

그리고 다양한 제작 기술에 따라 또다시 에칭,리토그라프,에쿼틴트 등으로 분류된다.

20세기 미술을 상징하는 천재 피카소는 1899년과 1973년 사이에 2000개의 판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중 9000여점은 지난 10년간 세계 미술시장에서 5000유로(60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대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셈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들의 소장가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는 여인(1937)' '세 여신(1923)' '목걸이를 한 여인(1920)' '쉬고 있는 광대(1905)' '미노타우로마키(1935)'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베른의 코른펠드에서 127만8285유로(약 15억3956만원)에 매입했다.

피카소 판화의 가격 상승은 여러 에디션이 존재하지만 작품성만 인정되면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열기는 끊임없이 이어져 2004년 런던 크리스티에서는 피카소의 '간소한 식사'가 55만파운드(약 9억4567만원)에 낙찰됐다.

전 세계에 240개의 에디션이 존재하는 이 판화 한 장의 가치는 피카소의 여느 유화작품과 맞먹는 가격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에 맞춰 한국도 판화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 이대원 화백이 작고한 뒤 이 화백의 판화가 급격한 가격 상승을 한 것 처럼 한국에서도 전반적으로 판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소장품에 판화를 추가하는 미술 애호가들도 늘고 있다.

또한 중국 작가들의 판화 작품에 대한 수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4년 전 1100달러였던 장 샤오강 판화의 가격이 현재 7배나 올랐으니,작품 감상도 하고 투자도 하기를 원하는 컬렉터들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것이 어디있을까?

표미선 표화랑 사장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