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건너편엔 제2사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제2사옥에서도 새 식구들이 일하는 모습을 종종 떠올린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초 청계산 산행에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재를 얻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런 박 회장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일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대우건설 인수는 금호아시아나엔 '날개'가 아닌 '제트엔진'을 다는 격이다.

항공과 타이어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해온 글로벌 경영을 건설부문에서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본계약이 확정되면 대우건설은 매출 규모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제치고 금호아시아나의 간판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재계 순위 8위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는 자산 기준 재계 순위에서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등을 제치고 단숨에 8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금호아시아나는 12조8455억원으로 11위였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5조5000억원을 더할 경우 18조3455억원으로 7위인 한진그룹(20조7020억원) 다음에 자리잡게 된다.

재계에서는 금호산업이 대한통운 지분 13.1%를 확보,STX팬오션(14.81%)과 함께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대한통운의 향배에 따라 금호아시아나의 재계 순위는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이 주력,호텔업은 '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로 얻게 될 시너지효과는 외형 확대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인수가 글로벌 경영전략과 맞물려 있는 만큼 해외사업 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금호아시아나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리비아 인도 등의 30여곳의 해외현장을 갖고 있어 가스플랜트 토목 건축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호텔업에도 자동으로 진출하게 된다.

베트남 하노이의 대우호텔과 중국 베이징의 캠핀스키호텔을 통해 건설 물류 등과 함께 3대 성장전략사업으로 선정한 관광·레저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 인수가 베트남과 같은 특정국가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선 국민 브랜드로 대접받는 '대우'를 앞세워 현지 신도시 건설사업 등에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호찌민 요지에 들어설 주상복합타운인 '아시아나플라자'에' 대한 최종 인허가를 얻어냈고,베트남에 타이어 공장도 건설키로 결정한 상황이다.

그룹 자체 공사 물량에서도 대우건설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합병없이 2개 건설사 체제로

금호아시아나라는 울타리에 들어올 경우 대우건설은 향후 어떤 회사로 탈바꿈할까.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라는 2개 건설회사 체제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을 별도 법인으로 하고 '대우'라는 브랜드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는 특히 "대우건설의 글로벌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외건설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대우건설의 인재를 얻고 싶다"던 박삼구 회장의 말대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의 종업원 고용승계 방침도 천명했다.

여기에 더해 "대우건설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인재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인수자금으로 대우건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우건설의 가치와 시너지효과를 감안하면 크게 걱정할 일이 못된다"면서 "인수자금의 부채승계 등 대우건설에 부담이 되는 어떤한 조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