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조별리그 G조 한국 대 프랑스전이 열린 19일 새벽 시민들은 TV 시청과 거리응원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18일 저녁부터 서울 세종로, 광화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등에는 붉은 티셔츠 차림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밤샘 축제를 즐기며 이역만리에서 싸우는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아파트촌과 주택가에서는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새벽잠을 설치며 `대∼한민국'을 외쳤고 직장인들은 아침 출근시간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회사 숙직실, 찜질방, 사우나 등에서 `붉은 새벽'을 맞기도 했다.

상당수 `올빼미족' 시민들은 한국 대 프랑스전보다 먼저 열린 일본 대 크로아티아전, 호주 대 브라질전 등을 잇따라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웠다.

◇거리응원 = 서울의 경우 경기 시작 시각인 19일 새벽 4시 서울광장 8만명, 세종로 10만명,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6만명, 잠실야구장 2만명 등 15개 거리응원장소에 27만여명이 모여 뜨거운 거리응원을 펼쳤다.

인파가 계속 늘어나자 경찰은 경기 1시간 전부터 세종로 사거리, 청계로, 서울광장 등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으나 상당수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은 골목 골목을 누비며 태극기를 휘날렸다.

대형 전광판으로 경기를 지켜본 거리응원단은 전반 8분 티에리 앙리의 선제골로 프랑스가 앞서가자 한숨을 내쉬기도 했으나 곧바로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국의 역전승을 기원했다.

거리응원 장소 인근 술집과 음식점들은 축구를 보러 몰려든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거리응원에 나온 주부 선미영(39)씨는 "초저녁에 애들을 재웠다가 새벽에 깨워서 나왔다"며 "학교 축구부원인 `축구 꿈나무'들이어서 꼭 거리응원에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찜질방ㆍ사우나 등 `대목' = 도심 일대의 찜질방, 사우나, 숙박업소 등은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로 밤늦게까지 붐비다가 새벽에는 거리응원 참가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한산해졌다.

일부 손님들은 업소에 설치된 대형 TV로 월드컵 경기를 잇따라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경기 전날 밤부터 회사 사무실에 나와 동료와 함께 경기중계를 지켜본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이모(39.경기도 용인)씨는 "거리응원 여파로 월요일 출근길이 혼잡할 것 같아 아예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나왔다"고 말했다.

◇가정 = 서울 잠실,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등은 다른 나라 팀 경기를 지켜보며 프랑스전 시작을 기다리는 집이 많아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경기결과에 대한 얘기꽃을 피웠으며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생맥주집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 결과를 놓고 내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경기 중계를 보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의 프랑스인 밀집 거주지역은 대부분의 집에 불이 꺼져 있는 등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일부 열혈 프랑스 축구팬들은 음식점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