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주택가에서 15년 동안 단골들만 상대로 한정식을 팔아오던 곳이 있었다.

집에서 차려준 듯한 정갈한 음식과 후덕한 인심으로 정·재계 인사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세월이 흘러 주변이 빌라촌으로 바뀌면서 2년 전 주택가를 나온 그 집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 근처 '예당'(02-563-5085)으로 변신했다.

4층짜리 건물로 옮기면서 내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그 맛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단골집이기도 하다.

음식은 요즘 유행하는 전라도와 개성식이 아닌 서울식에 맞추고 있다.

손님치레가 많은 군 장성 집안으로 시집온 주인이 수십년간 익혀온 것이란다.

앉자마자 내놓은 '짠지'가 입맛을 돋워준다.

이어 나오는 음식은 화려하다.

매번 바뀌는 그릇에 걸맞게 '코디'한 음식 장식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청포묵을 잘게 자르지 않고 넓게 펴 야채를 말아 내놓는가 하면 인삼을 대추로 감싸 '궁합'에도 신경을 썼다.

죽순과 더덕을 이용한 샐러드도 주인의 기품을 엿보게 한다.

은수저를 내주는 곳도 처음 봤다.

단호박 안에 든 갈비찜이 인상적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갈비도 맛나지만 숟가락으로 호박안에 든 내용물을 한 입 떠먹으면 달콤함이 입을 즐겁게 한다.

생선회는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좋은 횟감을 사용했지만 칼솜씨가 별로다.

삼합 전복구이 신선로 등은 먹을 만하다.

식사로는 누룽지와 된장아욱국이 나온다.

양념게장과 황태, 오이소박이 등 반찬들이 정갈하다.

가격은 4, 6, 8만원 세 종류가 있으며 점심때는 2만3000원과 3만3000원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