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우수, 토고는 그럭저럭, 프랑스는 별로...'

한국의 독일월드컵축구 G조 상대국인 토고와 프랑스, 스위스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3∼4차례씩의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토고가 4전 전승으로 가장 좋았고 프랑스도 3전 3승으로 뒤를 이은 반면 스위스는 3전 1승2무로 가장 별 볼일이 없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나 평가전 상대 전력을 놓고 보면 결과로만 본 순위는 의미가 없고 성적표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스위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스위스는 상대국을 겨냥해 가장 제대로 된 스파링 파트너를 만난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4일 `만리장성' 중국과 차례로 맞붙었다.

결과를 보면 코트디부아르와 이탈리아와는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중국에는 4-1 대승을 거뒀다.

1승2무의 그다지 신통치 않은 성적.

하지만 경기를 치를 수록 점점 팀 조직력을 발전시켜 나갔다는 평가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아프리카팀 특유의 유연하고 빠른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 이탈리아전에서는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풀어나갔고 중국전에서는 물오른 공격력을 선보이며 위협적인 팀으로 거듭났다.

투톱을 맡은 알렉산더 프라이(스타드 렌)와 마르코 슈트렐러(FC 쾰른)도 점점 호흡을 맞춰 중국과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각각 두 골씩을 뽑아내며 물오른 기량을 보여줬다.

반면 수비에서는 3차례 평가전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약점도 있었다.

수세에 몰릴 때 수비 라인이 뒤로 처지면서 중거리슈팅 기회를 자주 내줬고 좌우 측면 공간에 빈틈이 생기는데다 중앙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지며 뒷공간 침투를 허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 토고

전력이 베일에 싸여있던 토고는 네 차례 평가전에서 4전 전승의 화려한 성적표를 거머쥐었으나 이 가운데 한 차례만 A매치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독일 현지 아마추어급 클럽팀과 대결이었다.

토고는 지난달 24일 독일 바이에른주 선발팀에 3-2 한 점 차의 힘든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29일 FV 올림피아 라우프하임에 2-0 승, 지난 3일 리히텐슈타인과 A매치에서 1-0 승, 7일 FC방겐과 경기에서 4-0 승리까지 한 차례도 비기거나 패하지 않았다.

상대 전력이 강하지 않아 토고의 평가전 성적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전체적인 조직력이 가다듬어졌고,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날)를 중심으로 한 공격력도 크게 향상했다.

190㎝의 장신임에도 스피드와 빼어난 볼 재간을 겸비한 아데바요르는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고 FV올림피아 라우프하임전과 FC방겐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특히 아데바요르와 투톱 파트너인 모하메드 쿠바자(갱강)는 네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골을 뽑아내 절정에 오른 골 감각을 선보이며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수비에서는 평가전 상대들의 공격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리히텐슈타인과 경기에서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몇 차례 드러났고 세트 플레이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하기도 하는 등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다.

◇ 프랑스

최종 엔트리 발표 때부터 팀 내에서 주전 자리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프랑스는 과거 `레 블뢰'가 보여줬던 파워와 예리함 등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프랑스는 지난달 28일 멕시코에 1-0으로 이긴 것을 비롯해 지난 1일 덴마크에 2-0 승, 8일 중국에 3-1 승리까지 세 차례 평가전을 모두 이겼다.

하지만 `중원 사령관'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등 노장 선수들이 예전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데다 후반 들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였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중국전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시작부터 프랑스는 중국을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상대가 수비에 치중하자 제대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후반 20분 이후에는 동점골까지 허용했다.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다급해진 프랑스는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는 모습도 보였고 결국 상대가 수비 실수로 자책골을 넣은 뒤 급격히 무너지는 바람에 3-1로 이겼지만 경기 내용으로 볼 때는 개운치 않았다.

다만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꼽히는 티에리 앙리(아스날)는 멕시코전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빠른 돌파력과 개인기, 빼어난 위치 선정,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 등 단점을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위협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후반 조커 요원으로 활용되는 신예 공격형 미드필더 프랑크 리베리(마르세유)는`제2의 지단'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지단 못지 않은 볼 배급력과 개인기로 한국팀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수비에서는 선수들간 유기적인 협조 체제로 견고한 방어막을 쳤지만 몇 군데 허점도 지적됐다.

좌우 풀백이 공격 가담이 잦아 측면 공간에 빈틈이 있었고 세트 플레이에서도 결정적 슈팅 기회를 내주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