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무라카미펀드의 불법 행위를 계기로 펀드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 내 펀드는 라이브도어가 사용한 '민법상 임의조합'과 부동산 투자에 이용되는 '상법상 익명 조합' 등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정부 내 감독 관청이 없는 상태다.

이들 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재무제표의 작성 및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어 '부정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인 정부의 '금융상품 거래법안'은 투자펀드의 등록 및 신고를 의무화하고 주식 대량 보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당국과 투자자들이 펀드 실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증시를 교란시키는 펀드 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영향이 커져 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신 법안은 프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펀드의 경우 '금융 당국 보고'를 의무화하고 일반 투자자 대상 투자 사업 조합도 등록을 의무화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청이 펀드의 대표자 주소 소재지 등의 정보를 확보해 펀드 운용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검사에 착수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주식의 대량 보유 보고제도(5%룰)도 바뀐다.

상장기업의 주식보유 비율이 5%를 넘을 경우 보유자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영업일 기준으로 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경우 3개월마다 공개하면 되던 보유주식 증감 현황을 2주마다 보고토록 했다. 이와 함께 기업 매수 수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주식공개매수(TOB)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상장기업 주식의 3분의 1을 장외에서 매수할 경우 TOB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신법은 장내·외를 합쳐 3분의 1을 취득할 경우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요사노 카오루 금융상은 6일 기자회견에서 "시대의 총아로 불리면서 증시를 주무르던 무라카미 편드가 현행법을 위반해 내부자 거래를 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한 뒤 "금융 당국은 어떤 펀드들이 운용되고 있는지 소상한 정보를 갖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투자펀드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규제 강화 대책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라카미 펀드가 투자한 주식들은 연이틀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일본주'를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800억엔 규모로 운용되는 무라카미펀드의 경우 60% 정도가 미국의 대학 기금이며 나머지도 해외 연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5일 오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무라카미 요시아키씨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을 규제하면 일본증시는 발전하기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