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독일월드컵축구 본선을 고별무대로 장식한 뒤 그라운드 뒤편으로 퇴장한다.

프랑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지단은 26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독일월드컵 직후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목표이자 유일하게 집중하고 있는 대회다. 은퇴는 최종적인 결정이다. 모든 걸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지단은 2004년 8월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조국 프랑스가 독일월드컵 예선 탈락 위기에 몰리자 백의종군했다.

그는 "그 때는 사정이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난 지난 2년 간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해가 갈수록 점점 뛰기 어려운 나이가 됐다. 레알 같은 팀에서 그렇게 뛰고 싶진 않다"며 은퇴 의사를 더 이상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단은 이로써 월드컵 본선 스위스, 한국, 토고와 대결을 마지막 무대로 삼게 됐다.

1994년 체코와 친선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화려하게 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A매치 99경기에 출전해 28골을 터뜨렸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하게 된다.

1972년 알제리계 이주민의 아들로 프랑스 마르세유 빈민가에서 태어난 지단은 아트사커의 설계자로 불리며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8년, 2000년, 2003년 세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2001년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길 때 6천360만달러의 이적료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축구 스타가 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무대였다.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퇴장을 당했지만 브라질과 결승에서 헤딩으로 두 골을 뽑아 3-0 완승을 이끌며 프랑스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만들어냈다.

2년 뒤 일궈낸 2000년 유럽선수권(유로2000) 우승은 프랑스 축구의 절정기를 완성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히딩크호와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개막전과 조별리그 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압박붕대를 감고 덴마크전에 나왔지만 프랑스가 단 한 골도 뽑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추락감을 맛봐야 했다.

'지주(Zizou)'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지단은 현존하는 최고의 미드필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펠레, 요한 크루이프, 디에고 마라도나와 함께 이름 자체가 시대의 '아이콘'이자 전설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스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는 지단의 플레이에 대해 "그는 볼을 지배한다. 그리고 우주 공간을 걸아다니듯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그의 두 발은 비단 장갑을 낀 것처럼 섬세하게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지단은 냉정하면서도 부드러운 드리블, 그라운드 전체를 꿰뚫어보는 시야, 그림같이 휘어지는 슈팅 등 최고의 축구 선수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능력을 몸에 지녔다.

볼을 잡은 채로 회전한 뒤 다시 드리블하는 기술인 '마르세유 턴'은 그만의 독창적인 창작품이다.

레이몽 도메네쉬 프랑스 감독은 "월드컵 이후 지단을 볼 수 없다는 건 모든 축구 팬들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월드컵을 더 잘 준비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