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전사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 라자스탄주에서는 과거 길고 멋지게 기른 콧수염과 화려하게 장식한 단검이면 새신랑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만 갖고는 "딸을 달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인도 주간지인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라자스탄에서 최근 딸을 가진 부모가 큰소리를 떵떵 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15일 소개했다.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남녀 성비가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면서 신부 `품귀현상'이 계속되는 이곳에서는 이제 결혼 적령기의 여동생이나 누나가 있다는 것이 예비 신랑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이 됐다.

이는 신부측 집안에서 딸을 주기에 앞서 신랑측에 예비 신부가 있는 지를 확인한 뒤 `겹사돈'을 맺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
라자스탄주 의회의 라젠드라 차우한 의원은 "최근 1년간 세카와티 지구에서 있었던 결혼의 30%가 `아타-사타(겹사돈 계약)'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보르키 마을의 프랄랜드 싱도 "인구 3천명의 우리 마을에서는 최근 2년간 30쌍이 이런 방식을 통해 결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에서 딸을 둔 아버지는 왕처럼 행세하면서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지만 여자 형제가 없는 총각의 청혼은 딱지 맞기 일쑤"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영국 의학전문지에 실린 인도와 캐나다 연구팀의 공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불법적인 태아 성감별과 선별적 낙태로 인해 최소 연간 50만명의 딸이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자스탄에서는 남아 1천명당 여아의 비율이 922명까지 떨어졌고 특히 일부 마을에서는 1천명당 500명도 안되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인도의 대부분 지역에서 남아 선호사상이 강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딸은 시집보낼 때 기둥 뿌리가 뽑힐 정도의 엄청난 지참금을 지불해야 하는 반면 아들일 경우 재산을 늘리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1961년 결혼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지금까지 이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라자스탄의 총각에게 여자 형제가 있다면 이는 대단한 행운이며, 최소한 이곳에서는 이제 신부가 지참금을 지불하는 관행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익스프레스는 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