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이끌어가는 한국은행의 새 총재가 발표됐다. 한은 내부 출신이 기용됐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基調)가 갑자기 달라지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총재 앞에 놓인 과제들이 적지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가 얼마나 슬기롭게 이를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우선 당장의 관심사는 금리문제다.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박승 총재가 선제적 대응을 명분으로 금리인상의 물꼬를 터줌으로써 새 총재의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요인 대외환경 자금이동 등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새 총재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말해주는 여러가지 지표에도 불구하고 낙관(樂觀)만 할 수 없게 하는 요인들이 적지않은 실정이다. 환율 고유가 등으로 주력산업들의 수출에는 이상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나도 쓸 곳이 없는 반면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이중구조 문제도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추가적 금리인상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금리인상 흐름을 우리나라만 외면하기도 어렵고, 자금유출 등 또 다른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없다. 그리고 인플레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중앙은행이 해야 할 고유(固有)한 임무다. 여기에다 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는 바람에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는 일각의 비판 또한 한은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시장이 새 한은총재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은행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도 새 총재의 큰 과제다. 박승 총재가 한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중앙은행 스스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핵심적인 경제통계들을 보유한 한은이고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부한 경제진단과 전망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신호를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보내면서 변화를 선도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외 미완의 화폐개혁 마무리도 새 총재의 몫이 됐다. 앞으로 말 한마디, 행보 하나에도 경제주체들이 주목하고 신뢰하는 그런 한국은행 총재를 기대해 본다.